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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美 물가 들썩, 중동 불안, 내수 썰렁…한국 경제는 아직 터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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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국내외 경기 여건이 심상치 않다. 당장 중동 정세가 예측불허다. 미국과 영국이 홍해에서 상선을 습격해온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해상 운임이 뛰고 물류난이 커진 가운데 국제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인플레 공포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오르며 시장 예상치(3.2%)보다 나쁘게 나왔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2.4%에서 12월 2.9%로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이 당분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국내에선 반도체·수출 경기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찬 바람이 쌩쌩 분다. 특히 고금리, 미분양 주택 적체,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건설사 부실이 터질지 모른다. 전임 정부 때 급증한 가계부채 여파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가계 소비 여력도 위축돼 있다. 지난해 12월 승용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 급감하고 할인점 매출은 2.2% 줄었다. 기업들도 움츠려 있다. 작년 말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전국 30인 이상 204개사 대상 조사에서 82%가 올해 긴축 또는 현상 유지 방침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1000명 조사에선 7.5%만 올해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렇다고 마음껏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릴 상황도 아니다. 물가를 부추기고 국가부채만 늘릴 수 있다. 국가부채는 이미 1100조원을 넘었다.

    다른 주요국처럼 한국도 코로나19 때 풀린 과잉 유동성과 고물가 후유증을 치료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다. 아직 터널을 다 빠져나온 게 아니다. 정치권이 눈앞의 인기에만 급급해 돈풀기 처방에 매달려선 안 된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구조개혁을 하는 게 물가안정과 경기 회복을 동시에 잡는 정공법이다. 당장 국회에 막혀 있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 13년째 표류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민생법안부터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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