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 부촌 명성 되찾나…'최대 골치' 용적률 완화 초읽기
과거 서울 ‘대표 부촌’으로 꼽혔던 용산구 동부이촌동(이촌1동) 개발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등이 재건축 안전진단과 층수 규제에 이어 민감한 ‘용적률 규제 완화’까지 검토하고 나서고 있어서다. 한가람 등 기존의 높은 용적률 때문에 리모델링을 선택했던 4000여가구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 지역은 남으로는 한강, 북으로는 용산공원 낀 강북 노른자위 땅이다. 정비 사업이 원활히 마무리되면 이 일대가 과거의 ‘전통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1호 중산층 아파트 … 한강 변 알짜입지

‘동부이촌동’은 정확한 행정구역명은 아니다. 원효대교 북단 동쪽부터 동작대교 북단 서쪽까지 펼쳐진, 한강을 둘러싸고 길게 꼬리 모양으로 생긴 지역이 ‘이촌동’이다. 이 중 한강대교를 기준으로 동쪽 생활권인 이촌1동을 ‘동부이촌동’, 서쪽 이촌2동을 ‘서부이촌동’이라고 편의상 불러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크게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까지를 동부이촌동으로 묶기도 한다.
동부이촌동 부촌 명성 되찾나…'최대 골치' 용적률 완화 초읽기
동부이촌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파트촌이 만들어진 곳이다. 부촌의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그때다. 한강 변 백사장이었던 이곳은 1967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한강 변 개발계획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오피스텔 수준(전용 33㎡ 전후)의 아파트가 더 흔했던 시절 전용 90~188㎡에 달하는 ‘한강맨션’ 같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강남 압구정지구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동부이촌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부자 동네였다.

하지만 재건축 등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노후 주택이 늘었다. 2009년 래미안 첼리투스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11년간 일대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가 없었을 정도다. 올해로 무려 53년 차를 맞은 한강맨션은 아직도 재건축 윤곽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촌로를 사이에 두고 공원 쪽에 있는 단지 개발도 골칫거리다. 높은 용적률 탓에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이른바 '리모델링파'와 '재건축파'간 갈등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대장으로 꼽히는 한가람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0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후 12월 말엔 18억5000만원으로 거래가가 떨어졌다.

“용적률 풀리면 리모델링 단지 사업성 해결”

동부이촌동 부촌 명성 되찾나…'최대 골치' 용적률 완화 초읽기
동부이촌동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한가람(2036가구), 우성아파트(243가구), 강촌(1001가구), 이촌코오롱(834가구), 한강대우(834가구) 등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에 걸쳐 지어진 단지로, 규모만 4000여가구에 달한다.

이들 단지는 당시 법적 최고 한도인 용적률 300% 내외로 지어졌다. 지금은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250% 내외로 용적률을 관리하고 있어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면 용적률을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등 용적률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서울 내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오는 4월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1기 신도시 등을 위한 법안으로, 최고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한다. 올 하반기 선도지구 사업이 시작된다.
동부이촌동 부촌 명성 되찾나…'최대 골치' 용적률 완화 초읽기
서울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 제도의 정합성과 지역 간 형평성, 노후단지 개발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법정 최고 용적률 등을 허용했을 때 사업성을 확보하면서 기존 재건축 단지와 비교했을 때 '특혜'가 되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촌동은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의 수혜지로도 꼽힌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내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준공 30년이 되면 곧바로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에 착수할 수 있어 정비사업 기간이 최소 1~2년은 단축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 재취임과 각종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한강 변 재건축 단지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도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해 한강맨션·한강삼익·왕궁맨션을 포함한 이른바 ‘한강 변 4인방’이 모두 재건축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