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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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경제적 위협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새로운 총통으로 당선됐다. 대만 경제 전문가들은 라이 당선인 집권 이후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이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한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대만 주요 싱크탱크인 대만경제연구원의 쑨밍더(孫明德) 경기예측센터장은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발표 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민진당은 경제 발전 성과를 인정받아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중국의 압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중국은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중단하는 등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또다른 싱크탱크인 대만중화경제연구원의 류멍쥔(劉孟俊) 제1연구소장 역시 한국경제신문에 "중국 정부가 앞으로 대만에 더욱더 강경하게 나갈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 중국 내륙 경제가 좋지 않아서 경제적인 조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의 반도체 전략은 한국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라이 당선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완전한 산업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 및 장비 연구개발(연구·개발), 집적회로(IC)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 분야 등에서 반도체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당선인은 차이잉원 정부의 경제 발전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반도체 산업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대만의 반도체 산업 발적은 막진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쑨 센터장은 "서방국 견제를 받는 중국은 대만의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국가 이익 차원에서라도 대만 반도체를 압박하진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의 반도체 투자 확대 전략은 한국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진당은 TSMC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업계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칫하다간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양안 관계 악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 변화는 한국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후 2025년까지 대만 원자로 6기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국영 전력 기업이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대중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쑨 센터장은 "에너지 위기 속 에너지 전환 정책은 새 정부의 또 하나의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며 "원전 기술 발전으로 원전의 안정성이 개선된 만큼 원전을 다시 중요한 옵션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기업들이 대만 원전 시장 진출 기회를 노렸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라이 후보의 집권 이후 대만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도 대만 경제의 큰 숙제로 꼽힌다. 류 소장은 "대만은 경제 발전을 위해선 반도체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계속 발굴해가야 한다"며 "녹색에너지나 전기차 등 여러산업에서 한국과 대만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