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위한 종합 처방을 내렸다.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표준계약서 배포와 지자체 분쟁 조정 기능 강화 등이 골자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단지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선 시공 계약 과정에서 추가 분쟁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 계약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이달 배포한다. 새로 배포될 표준계약서엔 건설공사비 지수 등 공사비 조정 때 사용할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다. 또 공사비 세부 산출내역과 공사비 조정 가능 시기 등이 담긴다. 특히 착공 이후에도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강북권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단지마다 공사비 인상 기준이 모두 달랐던 게 문제”라고 했다. 반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부분이 공사비 동결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게 현실”이라며 “특약 등을 통해 추가 공사비 분쟁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갈등을 겪고 있는 단지의 문제 해소를 위해 지자체의 도시분쟁조정위원회 권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간 조정위의 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었다. 조합이나 시공사가 조정 내용에 반대하는 경우에는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만 했던 이유다. 정부는 조정위 결정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해 확정되면 이의 제기가 불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정부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참여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비가 커지면 사업성이 낮아지거나 고분양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공사비 분쟁 탓에 아예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3.3㎡당 730만원의 공사비를 내걸고 시공사 모집에 나섰지만, 참여 건설사가 없었다. 이미 시행 중인 공사비 검증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현장 분위기가 조정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등은 공사비 검증 결과에도 조합 내 반발이 거세 증액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인상 가능성에 대비한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향후 추진 단지는 공사비 추가 인상이나 분쟁 가능성을 고려해 사업 초기부터 사업성 검토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