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를 차별했는지 판단할 때 비교 대상으로 삼는 정규직 근로자를 정부가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최근 서울의료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 시정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중노위는 권한 범위 안에서 비교 대상 근로자를 적법하게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숙인이었던 A씨는 2011년 5월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서울의료원에 입사했다.

그는 이곳의 중앙공급실에서 일급제 계약직 보조원으로 일했다. 다른 정규직 보조원들과 함께 물품 멸균과 세척 업무 등을 했다.

A씨는 2014년 2월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다가 이듬해 2월 재입사했다. 그 후 2년 가까이 일한 뒤 2017년 1월 퇴사했다.

A씨는 퇴직 후 “정규직 보조원이 받는 수당과 성과급, 퇴직금 등을 받지 못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대우를 시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는 함께 일한 정규직 보조원 두 명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의료원은 A씨에게 2539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배상액을 산정할 때 비교 대상은 A씨가 제시한 동료가 아니라 서울의료원 중앙공급실의 기능직 3등급(3호봉)으로 삼았다. 중노위의 판단도 같았다.

이에 반발한 서울의료원은 소송전에 들어갔다. 1심에선 패소했으나 2심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동위가 A씨가 선정한 정규직 보조원이 아니라 다른 정규직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비교 대상 근로자 선정을 너무 엄격하게 보면 실체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돼 근로자를 제대로 구제하지 못할 수 있다”며 “노동위는 근로자가 주장한 비교 대상 근로자와 (업무 내용 및 조건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조사를 통해 비교 대상을 정했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