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CES는 한국인 잔치' 비판에 부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지난주 금요일 막을 내렸다. 올해 CES에서는 팬데믹 기간 참여가 부진했던 중국 기업과 중국인의 귀환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역시 이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한국 기업이다. 전자업체 중심의 센트럴홀은 거대한 LG관으로 시작한다. 모빌리티업체 중심의 웨스트홀에서 가장 큰 전시관은 현대자동차의 몫이다.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관 입구에는 ‘KOREA’ 깃발이 휘날리고, 참여업체 절반은 한국 기업이다.

밤마다 주요 호텔과 호프집에서는 다양한 포럼과 네트워킹 행사가 줄을 이었다. ‘아재들의 수학여행’이라고도 하고 CES의 ‘C’가 코엑스의 ‘C’라는 농담도 들린다. 행사 직후 미국 내 한국 스타트업 모임 82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금요일 밤 개최한 행사에는 80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韓, CES 통해 자신감 얻어

한국 기업들의 CES 도배에 슬슬 비판론, 무용론도 나오지만 아직은 우리가 얻은 것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다. 지금 CES에서 한국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행사를 주도하는 플레이어 역할을 두루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은 자사의 기술이 외국에서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하는 장소로 CES를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세계인을 상대로 거침없이 ‘피칭’을 한다. 행사 기조연설도 한국 대기업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서 ‘나만 빠진 것 같은(FOMO)’ 기분을 없애는 데 최근 몇 년간 CES는 즉효약 역할을 해 왔다.

이런 경험의 가치를 너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CES를 주관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돈을 좀 벌겠지만, CTA에 돈 벌어주는 게 무서워서 진짜로 한국에서 행사를 여는 데 만족한다면 과연 올해처럼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CEO)가 한국 오디오 기술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에 관심을 보이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까. ‘우리끼리 해도 잘할 수 있다’는 자만이야말로 ‘국뽕’의 최고점이다.

공급자 중심 전시방식은 한계

문제는 우리가 CES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CES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이긴 하나 애플은 참여하지 않고 있고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최고의 기술을 여기서 선보이진 않는다. 한국이 워낙 열정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CTA는 최근 한국에 러브콜까지 보내고 있다. 모두 성장의 디딤돌로서의 CES 역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이제는 CES와 같은 해외 전시회 활용법을 바꿀 시점이다. 더 많은 곳에 가야 하고, 더 다양한 스파크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 전시는 돈 낸 주체를 중심으로 특정 대학, 특정 지역, 특정 기관을 강조하는 방식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담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쪽이 낫다.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관심사에 맞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접근성, 그린테크 등 기술을 중심으로 참가 기업을 모집하고 홍보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CES 참가 열풍이 그저 돈 아깝다는 비판에 흐지부지된다면 아쉬운 일이다. 이제는 CES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도 어떻게 우리가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