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사모펀드들은 어떻게 '성장'을 사나?
모두가 두려워해 온 2024년이 왔다. 세계 각국에서 선거가 열린다. 역사적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동시에 맥을 못 춘다는 짝수 해다. 전쟁 위험은 점점 커지고 부동산 위기는 현재 진행형인데, 인구는 줄고 있다. 비실거리는 내수에 기업들은 성장보다 생존에 더 목숨을 걸고 있다. 이른바 위기의 시대다. 사모펀드들은 어떻게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기업 성장을 위한 첫걸음(Do’s)

(1) 성장 산업에 발을 담가 두라

당장 오늘이 급하다고 미래 성장을 최고경영자(CEO)의 아젠다에서 제쳐놓으면 안 된다. 모든 기술과 서비스, 제품에는 수명이 있다. 다음 세대 기술과 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주저된다면, 사내 벤처팀을 공모하거나 대학교수들과 연구과제라도 해두라. 성장하는 곳에 발가락이라도 담가 둬야 다음 사이클이 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 2차전지 사이클을 놓쳤다면 배 아파하지 말고 재활용이나 폐기물, 정 안 되면 인산철 배터리산업에라도 발을 담가라. ‘인싸’가 돼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이룰 수 있다. 참고로 우리는 배터리 사이클을 놓쳤지만 인산·황산을 잡았다. 괜찮다, 아주.

(2) 시간보다 돈이 더 싸다

사업과 투자가 내 인생보다 쉬운 이유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그냥 돈으로 사라. 필자의 19년 투자 경험상 신사업의 자생 확률은 30%도 안 된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시도하느니 좋은 사업을 제값 주고 사자. 이렇게 보면 지금의 위기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바겐세일 기회다. 인공지능(AI)에 투자할 적기를 놓쳤다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의 투자회사도 한때 1000억원을 넘보던 AI 회사를 단돈 수십억원에 접수했다. 바로 이번주에!

(3) 해외 성장은 이제 필수다

내수만 보는 사업은 합계출산율이 0.7명을 찍은 지금 그 난도가 ‘레벨업’됐다. 그렇다고 내수 사업,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의 종말을 말하진 않는다. 한국 영화, 음악, 음식, 기술, 브랜드, 하다못해 무기에 대한 해외의 K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미국 맨해튼에서도 구운 김과 양념치킨이 큰 인기다. 최소 20년간 지속된 조기유학 열풍 덕분에 일본보다 우수한 경영진 후보가 넘친다. 이 덕분에 미국과 유럽 진출 난이도는 10년 전 대비 월등히 낮아졌다. 밖을 보라. 100배 더 큰 시장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자, 이제 좀 힘이 났는가? 그럼 이런 성장의 기회를 잡을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함정은 무엇일까?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성장판을 닫아버릴 실수들(Don’ts)

(1) ‘본진’이 털리면 안 된다

신사업이건 신제품이건 당장 1년 뒤 생존이 불확실한 회사에는 사치다. 역량을 갖추기 전에 판을 크게 벌였다가 물리면 경영진의 판단력이 ‘가출’하면서 본진까지 흔들리기 십상이다. 신사업에 투자한다면 영업이익의 최대 10% 정도를, 그리고 가능하면 설비투자(CAPEX)가 대규모인 사업은 아는 것 위주로만 투자하기를 필자는 강조한다.

(2) 서둘지 말라

모든 게 그렇지만 사업이건 인생이건, 하다못해 골프건 피아노건 실력이 느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까지 대략 18개월 정도 걸린다. 핵심성과지표(KPI)를 찾아내고, 이를 팀별로 효율적으로 배치하라. 그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고 업계 ‘선수를’ 찾아서 조직을 보강해야 한다. 그래서 사모펀드들은 투자하면 첫 2년에 필요한 인수합병(M&A)을 다 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여러분이 백돌이에서 싱글 골퍼가 되는 것보단 훨씬 빠르다.

(3) 안되면 접는 것도 성장이다

성장을 곧 매출로 생각하는 건 ‘쌍팔년도’ 콘셉트다. 기업가치의 성장, 현금흐름의 성장, 그중에서도 사업 멀티플(배수)의 성장이 제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니다 싶으면 접는 것도 정말 중요한 성장이다.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 혹은 물려받은 가업이라서 쪼그라드는 사업을 붙잡고 있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다. 10년 뒤 전망이 불확실하다면 땅이건 공장이건 사업이건 당장 팔아야 한다. 사업은 미술품이 아니다.

매크로 위기 중에서도 진짜 위기인 것과 파도처럼 몰려왔다가 몰려가는 위기를 잘 골라야 한다. 우리가 그 파도 위에 있을 때 그에 휩쓸려 떠내려갈지, 파도를 타고 나아갈지는 오늘 내 손짓·발짓 하나에 달려 있다. 지금 내 손짓 하나가 앞으로 더 ‘희귀템’이 될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