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포스코 경영진 및 사외사들의 ‘호화 출장’으로 불거진 후추위 해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희재 포스코 후추위원장은 지난 12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해외 이사회에서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됐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가 없는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이나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6~12일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열면서 총 6억8000만원의 비용을 썼는데, 이 중 포스코홀딩스가 3억5000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를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칸이 집행토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비판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해 앞으로 더욱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면서도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과 함께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후추위 위원들이 자진사퇴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부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태를 ‘후추위 흔들기’로 규정한 셈”이라며 “누군가 현재까지 진행된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을 무효화하기 위해 호화 출장을 명분으로 후추위를 새로 구성하려는 것으로 사외이사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후추위는 10일 내부 후보 7명, 외부 후보 15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1차 CEO 후보명단을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1차 후보를 결정한 직후 사내외 이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을 두고 ‘탈락한 후보를 지원하는 쪽에서 제보한 것 아니냐’는 것이 후추위의 의심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 사내외 이사는 물론 CEO 후보자 사이에서도 특정 인물이 1차 후보 명단에 들지 못한 게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본격화하면 후추위 위원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화 출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일부 위원은 ‘김영란법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나머지도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사내이사에 비해 몸이 가벼운 사외이사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터졌는데도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