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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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 들어 1000억원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H지수가 지금처럼 5400선에 머무르면 올 상반기 원금 손실액은 5조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농협 등 4개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가운데 지난 12일까지 3년 만기가 된 2105억원어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50.7%를 기록했다. 원금 2105억원 중 10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만기 일자마다 다르지만 일부 상품은 손실률이 52.1%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 82억원을 더하면 은행권의 H지수 ELS 원금 손실액은 1149억원에 이른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는 통상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H지수는 2021년 초 12,000대를 넘어섰으나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 여파로 5400대까지 떨어졌다. H지수 연계 ELS 만기가 일별로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손실액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만기액은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H지수 30% 안 오르면 국내 투자자 5조원 날려
4개 은행 ELS 투자자 손실…1월 3400억원, 3월 1조 넘을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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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원금이 반 토막 나는 등 수조원대 손실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조원 규모의 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H지수 급등이 없으면 절반 가까운 5조원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처인 은행·증권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 들어간 가운데 불완전 판매가 입증되면 판매사가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ELS 10조원 만기

홍콩 ELS '반토막 악몽' 현실화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H지수가 지금처럼 5400선을 유지할 경우 국민 신한 하나 농협 등 4개 은행 H지수 연계 ELS 상품에선 이달에만 3400억원가량의 손실액이 확정된다.

H지수가 3년 전 가입 당시보다 50%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원금 대비 손실률이 48~52%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 1분기까지 H지수 급등이 없을 경우 손실 규모는 1조5000억원까지 확대된다. 증권사 판매분까지 합치면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NH투자·하나·KB증권에서도 지난 9일까지 150억원 안팎의 손실액이 확정됐다. 원금 대비 손실률은 은행과 비슷한 48~50% 수준이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2021년 2월 12,000대를 넘었으나 올 들어선 5400대에 머물고 있다.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만기 시점의 H지수가 3년 전의 70% 수준은 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H지수가 지금보다 3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손실액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가에선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과 지방정부 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H지수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을 웃도는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투자자 연령·재가입 여부가 관건

‘눈덩이 손실’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은행권에 접수된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1410건에 달한다. 이 중 40%에 가까운 518건이 올 들어 접수됐다. 이들은 ELS가 고위험 상품임에도 은행에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험 상품 가입에 필요한 투자성향서나 서명을 은행 직원이 대리 작성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까지 H지수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등 H지수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점검과 민원 조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ELS는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으로 투자자들도 자기책임 원칙 아래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책임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과 책임소재 정리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H지수 ELS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판매사가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와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금융사에 권고했다. 금융사와 투자자들이 자율 협의를 거쳐 보상 수준을 정하는 사적 화해 방식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자 연령과 금융투자상품 투자 경험(재가입 여부) 등이 배상 비율 산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