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특효' 식초로 속여 판매…대법 "식품위생법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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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숙성한 식초로 1명에게 1240만원 편취
원심 "영업등록 안 해" 벌금 1500만원 선고
대법 "이 경우 영업신고 대상" 원심 파기환송
원심 "영업등록 안 해" 벌금 1500만원 선고
대법 "이 경우 영업신고 대상" 원심 파기환송
식초를 직접 제조해 7년간 숙성하고 이를 파킨슨병 증상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속여 판매한 식초제조업자를 식품위생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식품위생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나 그 대상 식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강원 정선군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7년간 숙성 및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했다. 이후 2020년 4월 11일 파킨슨병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입된 인터넷 카페에 "노모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데 자신이 직접 제조한 식초를 섭취해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등 증세를 해소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피해자 B씨는 같은 해 5월 A씨의 집을 방문해 식초 7병을 구매하고 124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가 제조한 식초는 파킨슨병에 대한 효능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A씨를 사기 혐의와 함께 영업등록을 하지 않고 식초를 제조·발효하는 식품제조업을 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판매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식초를 제조해 판매한 행위가 영업신고 대상(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아닌 영업등록 대상(식품제조·가공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식품위생법위반죄를 비롯한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고객의 의뢰를 받아 해당 식품을 즉석에서 제조 내지 가공해 판매하는 형태"라며 "7년 가까운 제조 기간이 소요되는 식초의 제조행위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의 제조 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품위생법령은 식품제조·가공업자가 제조·가공한 것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가 자신의 업소 내에서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덜어서 판매하는 경우 식초 등 일부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에서 제외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식품을 스스로 제조·가공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사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영업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가공업과 구별해 영업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개념, 요건 및 그 대상식품 등에 관해 최초로 설명해 이를 보다 명확하게 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식품위생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나 그 대상 식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강원 정선군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7년간 숙성 및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했다. 이후 2020년 4월 11일 파킨슨병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입된 인터넷 카페에 "노모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데 자신이 직접 제조한 식초를 섭취해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등 증세를 해소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피해자 B씨는 같은 해 5월 A씨의 집을 방문해 식초 7병을 구매하고 124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가 제조한 식초는 파킨슨병에 대한 효능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A씨를 사기 혐의와 함께 영업등록을 하지 않고 식초를 제조·발효하는 식품제조업을 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판매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식초를 제조해 판매한 행위가 영업신고 대상(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아닌 영업등록 대상(식품제조·가공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식품위생법위반죄를 비롯한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고객의 의뢰를 받아 해당 식품을 즉석에서 제조 내지 가공해 판매하는 형태"라며 "7년 가까운 제조 기간이 소요되는 식초의 제조행위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의 제조 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품위생법령은 식품제조·가공업자가 제조·가공한 것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가 자신의 업소 내에서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덜어서 판매하는 경우 식초 등 일부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에서 제외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식품을 스스로 제조·가공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사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영업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가공업과 구별해 영업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개념, 요건 및 그 대상식품 등에 관해 최초로 설명해 이를 보다 명확하게 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