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가 전쟁터로" 중동 정세에 출렁이는 유가 [오늘의 유가]
유가, 중동 불안에 장중 4% 치솟기도
지난주엔 1.5% 하락…수요 둔화 우려 여전


국제 유가는 지난주 중동 정세 불안정에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수요 둔화 우려에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선을 밑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6센트(0.92%) 오른 배럴당 72.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0.88달러 (1.18%) 오른 배럴당 78.29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WTI 가격은 장중 4% 이상 오른 배럴당 75.2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란이 더 큰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다시 하락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3달러 이상 올랐다.

국제 유가는 이틀간 반등에도 주간 기준으론 여전히 하락했다. WTI는 지난주(8일~12일) 1.13달러(1.53%) 떨어졌다.
"홍해가 전쟁터로" 중동 정세에 출렁이는 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중동 지역의 불안감 속에서도 크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원수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원유의 판매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면서 이튿날 유가가 4%대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유가는 수요가 급증하지 않으면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 자문 회사인 카바날 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스테파니 대표는 "홍해에서 일부 원유 공급에 운송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물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산유국인 이란으로 확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위험이 남아있다. 액티브트레이즈의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서방에 가장 중요한 석유공급 경로 중 하나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중동 긴장이 고조될 경우 유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 상황에서 이날 반등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해가 전쟁터로" 중동 정세에 출렁이는 유가 [오늘의 유가]
스테파니 대표도 "이번 갈등이 아라비아반도 반대편으로 확산한다면 석유 시장은 훨씬 더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해상에서는 미국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12일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국제 교역로인 홍해를 위협해온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전격 공습했다. 이어 13일에도 미군은 예멘에 위치한 반군 레이더 시설을 공격하는 등 후속 조치를 가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00일째인 14일 또다시 미국과 다국적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홍해가 전쟁터로" 중동 정세에 출렁이는 유가 [오늘의 유가]
이런 서방의 움직임에 후티는 물론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권의 이른바 '저항의 축'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중동 역내 확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4일 "예멘 국민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호전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미국의 홍해 공격은 항행의 자유를 해치고 바다를 전쟁터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