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토러스자산운용 상무는 지난 12일 서울시 여의도동 토러스자산운용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홍성철 토러스자산운용 상무는 지난 12일 서울시 여의도동 토러스자산운용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산업은 향후 10년간 10배의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혁 기자
“인공지능(AI)은 새로운 ‘종’의 출현입니다. 투자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이폰의 순간(iPhone moment)보다 큽니다.”

홍성철 토러스자산운용 상무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AI 기술 중심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응용 AI 서비스에 강한 ‘구조적 성장주(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 성장할 기업)’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케미칼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거친 홍 상무는 국내외 기술주 발굴의 전문가다. 현재 운용 자금은 4000억원 수준이다.

"AI, 10년간 10배 성장…버블 아니다"

그는 올해 빅테크 투자에서 AI와 비견될 기대 요소는 없다고 평가했다. 홍 상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역사적 의미를 갖지만,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인정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메타버스 역시도 수익률이 좋은 ETF는 대부분 AI 관련 대형주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AI 산업은 “10년간 10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가는 구조적 성장주가 가장 많이 존재한다는 미국을 주목했다. 중국은 시장의 외부 변수가 많은 국가, 일본은 장기적 성장이 어려운 국가로 봤다.

홍 상무는 AI의 ‘뇌’ 역할을 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의 개발 경쟁을 ‘학습’으로, ‘GPT 스토어’와 같은 응용 AI 서비스의 개화 현상을 ‘추론’으로 나눠 표현했다. 지난해 미 기술주 성장을 견인한 ‘매그니피센트 7’은 이미 추론에서 의미 있는 수익성을 내기 위해 움직임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 상당수가 PEG(주가이익증가비율)는 지난 10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평균 30배 수준인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일각에서 ‘빅테크 버블’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미 빅테크는 AI라는 성장의 내러티브를 실적이라는 숫자로 검증해내며 주가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7 내 종목별 주가 전망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연초 애플 주가는 3.4%, 테슬라는 12% 하락했다. 하지만 투입한 자본력을 수익으로 전환할 기반을 갖춘 곳들이라, 올해 어떤 응용 AI 서비스를 내놓는가에 따라 시장 반응은 달라질 것이라 했다. 홍 상무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는 진행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애플과 테슬라 역시 ‘온디바이스 AI’와 자율주행 기술로 주가 만회가 가능한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추론 관련 구조적 성장주는 업무용 소프트웨어(SW)와 데이터 처리 관련 업체들에도 숨어있다고 했다. 자사 플랫폼과 AI를 합쳐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나우, 어도비, 세일즈포스닷컴의 주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 데이터 솔루션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 등도 그의 관심사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AI 보안 기업도 기대하고 있다. 홍 상무는 “인플레이션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가격 전가력(원가 상승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는 힘)과 시장 점유율을 모두 높여갈 수 있는 기업들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빅테크 구조 변화 필요…반도체는 기대감

해외 빅테크 종목이 어려운 초심자는 ETF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그는 “워런 버핏이 추천한 것처럼, S&P500과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꾸준하게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했다. ‘SPDR S&P 500 ETF Trust’ ‘Invesco QQQ Trust’ 등이 예시다. 미국은 티커 명칭 기준 XLK, IYW, SOXX, SPHQ 등 시장과 함께 장기 우상향한 액티브 ETF도 풍부해, 투자 선택지가 넓은 국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정보기술(IT)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적이 장기 우상향하는 빅테크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해도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 평가와 일견 비슷하지만, 반도체 사이클 회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홍 상무는 “이들이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변화에 성공한다면 올해 의미 있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언급한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고성능 AI에 필수적인 HBM은 양사가 최근 집중 투자 중인 분야다.

응용 AI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되, 수익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의료 AI 업체는 루닛, 뷰노 등이 있다. 루닛은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 3분기 누적을 기준으로 약 86.5%에 달한다. 홍 상무는 “투자는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예측해야 한다”며 “잠재력을 실적이란 숫자로 증명할 빅테크 기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