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굴뚝은 무너지고…중후장대 기업들이 젊어지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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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자동차·조선
탈탄소 기술 확보·사업 전환
CES의 주인공으로 속속 진입
탈탄소 기술 확보·사업 전환
CES의 주인공으로 속속 진입
중후장대(重厚長大).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 것을 의미한다.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업이 대표적인 중후장대 산업이다.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대한 공장에 굴뚝이 달린 오래되고 낡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중후장대 기업이 최근 톡톡 튀는 광고와 B급 감성 마케팅으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기업에는 젊어져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후장대 기업들의 공통점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탄소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수입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후장대 기업은 규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산업은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유기화학품 등으로 대부분이 중후장대 산업이다. 철강산업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억t을 넘는다. 조선업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따라 배의 건조부터 운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받는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과 같은 자세로 젊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탄소 배출 1위 산업인 철강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 차단이 가능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연료 전환을 준비한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수소기술 확보와 바이오연료 개발, 폐플라스틱 연료화 등의 기술이 이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정유회사는 주유소를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등과 복합된 슈퍼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바꾸는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CCUS(탄소포집사용저장)와 수소생산도 철강 및 석유화학회사들의 신사업이다. CCUS는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식물 성장이나 수소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면 사실상 탄소 배출 제로가 가능해진다. 수소환원제철 등에서 수소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친환경 수소생산 기술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하고 있다.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도 광범위한 측면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빅테크적 요소도 자동차산업이 갖춰야 할 기술이다.
조선업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IMO 규제에 따라 대다수 선박 연료가 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 100% 탄소 절감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소 추진시스템 전환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선박용 연료전지, 안전시스템, 배터리 효율화 시스템 등 수소 추진선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해당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열쇠다.
탈탄소를 위한 기술 확보와 사업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기술표준이 확립되기까지 꾸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많은 중후장대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스타트업 200개 이상에 투자했다. 포스코는 친환경 제철기업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CCUS,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계열사 중에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수소추진선박에 활용되는 추진시스템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빈센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도 선박에너지 효율 개선 등 첨단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롯데케미칼, GS에너지 등의 석유화학기업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확대 중이다.
중후장대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CES는 IT기업이나 가전기업들이 신기술을 선보이던 자리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후장대기업들이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며 CES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낡은 굴뚝이 사라진 자리에 조금씩 친환경 미래 기술이 싹트는 모습이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
중후장대 기업들의 공통점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탄소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수입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후장대 기업은 규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산업은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유기화학품 등으로 대부분이 중후장대 산업이다. 철강산업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억t을 넘는다. 조선업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따라 배의 건조부터 운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받는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과 같은 자세로 젊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탄소 배출 1위 산업인 철강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 차단이 가능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연료 전환을 준비한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수소기술 확보와 바이오연료 개발, 폐플라스틱 연료화 등의 기술이 이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정유회사는 주유소를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등과 복합된 슈퍼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바꾸는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CCUS(탄소포집사용저장)와 수소생산도 철강 및 석유화학회사들의 신사업이다. CCUS는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식물 성장이나 수소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면 사실상 탄소 배출 제로가 가능해진다. 수소환원제철 등에서 수소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친환경 수소생산 기술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하고 있다.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도 광범위한 측면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빅테크적 요소도 자동차산업이 갖춰야 할 기술이다.
조선업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IMO 규제에 따라 대다수 선박 연료가 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 100% 탄소 절감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소 추진시스템 전환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선박용 연료전지, 안전시스템, 배터리 효율화 시스템 등 수소 추진선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해당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열쇠다.
탈탄소를 위한 기술 확보와 사업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기술표준이 확립되기까지 꾸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많은 중후장대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스타트업 200개 이상에 투자했다. 포스코는 친환경 제철기업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CCUS,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계열사 중에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수소추진선박에 활용되는 추진시스템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빈센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도 선박에너지 효율 개선 등 첨단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롯데케미칼, GS에너지 등의 석유화학기업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확대 중이다.
중후장대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CES는 IT기업이나 가전기업들이 신기술을 선보이던 자리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후장대기업들이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며 CES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낡은 굴뚝이 사라진 자리에 조금씩 친환경 미래 기술이 싹트는 모습이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