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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청약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연초랑은 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높더라고요. 이제 서울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경기도에서도 광명같이 출퇴근 편한 곳은 도전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분양 단지마다 청약에 도전했던 30대 직장인 A 씨. 요즘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예상했던 가격은커녕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양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7억~8억대 분양 물량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광명이나 수원에서도 10억대가 넘는 분양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으로 분양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청약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1순위 마감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단지는 예상 못했던 미분양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2개 평형 중 8개 평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전용 59㎡와 84㎡ 등 인기 평형은 최고 26.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전용 34㎡ 등 소형 평형에선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가구가 나왔다. 업계에선 ‘국민 평형’(전용 84㎡) 기준 12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12억3500만원. 주변 단지 시세보다도 가격이 높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년 10월 분양한 ‘트리우스 광명’의 같은 크기 분양가(11억5000만원) 비싸기 때문이다.
양주에선 ‘덕계역 진산 블루시엘’이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청약 결과 54가구 모집에 단 8명만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0.15대 1로, 2순위까지 합하더라도 청약 접수는 단 20건에 그친다. 지난해 말 분양을 진행한 안성과 평택 등에서도 0%대 청약 경쟁률 단지가 나오면서 청약 한파 걱정을 키웠다.
사정은 최근 분양이 활발한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권선구에 조성되는 매교역 팰루시드는 2.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특별공급 소진율이 53%에 그치는 등 부진 우려가 컸었다. 단지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8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확장 옵션을 포함하면 분양가는 9억1400만원을 넘긴다. 지난해 하반기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오목천역 더리브’와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의 전용 84㎡ 분양가(확장 포함)가 각각 7억7000만원, 8억9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 오른 셈이다.
전국에서 분양가가 가장 높은 서울은 지난 연말에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495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3415만원)보다 1.06% 올랐고, 1년 전(2978만원)보다 17.36% 상승했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평균은 한 달 새 가장 많이 올랐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775만원으로 지난해 11월(1693만원) 대비 4.82% 상승했다. 높아진 서울 분양가 탓에 서울 인구의 외부 유출은 가속하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월~11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는 1만1997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0년 146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는 4만7598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청약시장에서도 비교적 서울보다 저렴한 수도권 단지는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서구 일원에 분양한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는 1순위 청약 평균 2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단기간 완판을 기록했다.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5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주변 같은 크기 분양 단지보다 저렴하고, 일부 수도권 고가 단지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광명시 일원에 분양한 '철산자이 브리에르'도 1순위 평균 11.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완판됐다.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가 최고 8억8000만원이었는데도 주변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청약통장이 몰렸다. 뒤이어 분양한 단지가 10억대 분양가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모든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53.37에 달한다. 잠정 수치여서 실제 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의 가격을 통계로 나타낸 수치다. 2020년 11월 120.2이던 지수는 2021년 11월 138.62, 2022년 11월 148.84로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더 상승하며 3년 만에 상승률은 30%를 넘보게 됐다. 업계에선 “최근 원자재 가격은 조금 안정됐는데,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며 “단위 시간당 임금도 많이 올랐지만, 안전 이슈 탓에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공기도 늘었다”고 했다. 최근엔 비숙련 노동자가 현장에 크게 늘면서 재시공 등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여전히 높은 금리도 부담이다. 공기가 늘어날수록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높은 금리에도 돈을 구할 수가 없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금리 탓에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도 “회사 이미지 때문에 공사를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지난해 초부터 분양 단지마다 청약에 도전했던 30대 직장인 A 씨. 요즘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예상했던 가격은커녕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양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7억~8억대 분양 물량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광명이나 수원에서도 10억대가 넘는 분양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으로 분양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청약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1순위 마감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단지는 예상 못했던 미분양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12억원도 훌쩍 넘어선 수도권 분양가
2년 전만 하더라도 10억원을 넘기면 ‘고분양가’ 딱지가 붙던 경기도에선 최근 12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높은 분양가에도 “나중에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에 무리해서라도 청약에 도전하는 실수요자가 많다. 그런데도 일부 단지는 흥행 실패 성적표를 받고 있다.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2개 평형 중 8개 평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전용 59㎡와 84㎡ 등 인기 평형은 최고 26.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전용 34㎡ 등 소형 평형에선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가구가 나왔다. 업계에선 ‘국민 평형’(전용 84㎡) 기준 12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12억3500만원. 주변 단지 시세보다도 가격이 높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년 10월 분양한 ‘트리우스 광명’의 같은 크기 분양가(11억5000만원) 비싸기 때문이다.
양주에선 ‘덕계역 진산 블루시엘’이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청약 결과 54가구 모집에 단 8명만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0.15대 1로, 2순위까지 합하더라도 청약 접수는 단 20건에 그친다. 지난해 말 분양을 진행한 안성과 평택 등에서도 0%대 청약 경쟁률 단지가 나오면서 청약 한파 걱정을 키웠다.
사정은 최근 분양이 활발한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권선구에 조성되는 매교역 팰루시드는 2.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특별공급 소진율이 53%에 그치는 등 부진 우려가 컸었다. 단지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8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확장 옵션을 포함하면 분양가는 9억1400만원을 넘긴다. 지난해 하반기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오목천역 더리브’와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의 전용 84㎡ 분양가(확장 포함)가 각각 7억7000만원, 8억9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 오른 셈이다.
서울 분양가 ‘3.3㎡당 3500만원’ 임박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2023년 1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73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710만원)보다 1.51% 올랐다. 2022년 12월(1546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2.29% 상승했다. HUG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최근 12개월 동안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 평균 분양가격을 의미한다.전국에서 분양가가 가장 높은 서울은 지난 연말에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495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3415만원)보다 1.06% 올랐고, 1년 전(2978만원)보다 17.36% 상승했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평균은 한 달 새 가장 많이 올랐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775만원으로 지난해 11월(1693만원) 대비 4.82% 상승했다. 높아진 서울 분양가 탓에 서울 인구의 외부 유출은 가속하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월~11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는 1만1997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0년 146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는 4만7598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청약시장에서도 비교적 서울보다 저렴한 수도권 단지는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서구 일원에 분양한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는 1순위 청약 평균 2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단기간 완판을 기록했다.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5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주변 같은 크기 분양 단지보다 저렴하고, 일부 수도권 고가 단지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광명시 일원에 분양한 '철산자이 브리에르'도 1순위 평균 11.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완판됐다.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가 최고 8억8000만원이었는데도 주변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청약통장이 몰렸다. 뒤이어 분양한 단지가 10억대 분양가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모든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고분양가, 공급 입장에서도 “죽을 맛”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건설사나 부동산 업계가 무조건 수익을 많이 내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고분양가 탓에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폐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최근 고분양가의 원인이 높은 금리와 공사비기 때문이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53.37에 달한다. 잠정 수치여서 실제 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의 가격을 통계로 나타낸 수치다. 2020년 11월 120.2이던 지수는 2021년 11월 138.62, 2022년 11월 148.84로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더 상승하며 3년 만에 상승률은 30%를 넘보게 됐다. 업계에선 “최근 원자재 가격은 조금 안정됐는데,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며 “단위 시간당 임금도 많이 올랐지만, 안전 이슈 탓에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공기도 늘었다”고 했다. 최근엔 비숙련 노동자가 현장에 크게 늘면서 재시공 등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여전히 높은 금리도 부담이다. 공기가 늘어날수록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높은 금리에도 돈을 구할 수가 없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금리 탓에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도 “회사 이미지 때문에 공사를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