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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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컴퓨터 작성 방식(Computer Based Test)을 처음 도입한 제13회 변호사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응시생들은 "노트북으로 작성하니 악필 부담이 줄었다"며 환호했다.

법무부는 이달 9일부터 5일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소재 시험장에서 CBT 방식을 도입한 결과, 응시생 3736명 중 32명을 제외한 99.2%가 CBT 방식을 선택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한동훈, 땡큐!…"부담감 확 줄었어요" 변시생들 '환호'
국내 변호사 시험에서 CBT 방식 도입은 수년간 논의 대상이었지만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신속하게 추진됐다. 한 전 장관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CBT 시험 방식을 경험했다. 그는 2005년 아내 진은정 변호사와 단기 유학길에 올라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LLM 과정을 졸업한 후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CBT 시험은 기존의 수기 시험과 달리 시험장에서 제공되는 노트북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CBT 네트워크를 여러 차례 점검하고 시험장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며 "시험감독관에 교육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에는 수기(手記) 방식을 병행하고 장애인 응시자 편의 지원도 확대했다.

응시생들은 바뀐 시험 방식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수기 방식은 수일간 진행되는 시험 일정 탓에 체력 부담이 크고 글씨체에 따라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덜어낼 수 있어서다. 이번 시험 응시생인 김하늘 씨(32)는 "CBT로 바뀌면서 자유롭게 답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며 "글씨를 예쁘게 써야 채점관에게 잘 보인다는 강박감도 줄어 시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BT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장. 사진=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CBT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장. 사진=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정부는 국가시험에 CBT 방식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의사 국가시험은 2022년부터 CBT 방식을 도입했다. 약사 국가시험은 2026년부터 CBT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회사무처도 올해 치러지는 입법고시 2차 시험에 CBT 방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예산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CBT 시험을 치려면 규격에 맞는 시험장과 시험용 노트북이 필요하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CBT 시험장 구축 공사에만 수십억원의 예산 지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로스쿨 시험장에서 제공해야 하는 노트북도 외주를 쓰는데 모의고사를 한번 치를 때마다 노트북 대여비로 수백만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