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 뇌혈관 수술에서 삶과 죽음을 가르는 獨 외과의사 [책마을]
인간의 뇌는 경이롭다. 아주 작은 천억 개의 세포가 모여있고 이를 극도로 섬세한 혈관들이 연결한다. 주요 혈관들에서 뻗어나간 혈관 지류들과 신경계까지 조화를 이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뇌혈관의 지름은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혈관벽은 이보다 얇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독일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페터 바이코치는 <1밀리미터의 싸움>을 통해 뇌와 신경계 수술 사례를 소개하며 신비한 뇌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이곳에서 36명의 동료 의사와 함께 하루 5~6건, 1년에 800여 차례 수술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재발 가능성이 아주 큰 환자들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동정맥 기형 환자는 모세혈관에 기형이 생겨서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치 뇌 속에 시한폭탄을 지니고 사는 것 같은 이런 환자는 수술도 매우 까다롭고 위험성도 크다. 의사와 환자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을 통해 생과 사를 오가는 경험을 함께한다.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가까이에 생긴 종양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깨어있는 각성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 저자는 환자의 의식을 유지하며 수술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고, 그림들을 보여주며 질문을 한다. 그래야 언어영역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곧장 계획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삶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의 수술은 경우에 따라 신경 훼손이나 장기들의 기능 손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저자는 다리 마비나 방광 기능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방사선 요법에 희망을 걸고 삶의 질을 양호하게 유지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수술에 성공한 저자는 모든 공로를 환자들의 의지와 의료진의 팀 정신으로 돌린다. 각각의 뇌수술 뒤에 얼마나 많은 팀워크가 숨어있는지, 얼마나 많은 뛰어난 전문가와 협력하는지, 그 과정에서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도입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영혼과 가장 가까운 곳인 뇌를 다루는 만큼 환자들과의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