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홍해 안 가는데"…외국인이 올린 흥아해운, 고점서 개인이 물량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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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주식비율 15% 불과…해운 관련 이슈 때마다 변동성 확대
수에즈운하 차질 한달 넘었지만…물류대란 가능성 놓고 전망 엇갈려
이라크에 정박해 있는 수에즈 운하행 유조선.  /사진=로이터
이라크에 정박해 있는 수에즈 운하행 유조선. /사진=로이터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인근 해역의 선박 운항에 차질이 생기면서 해운주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중 흥아해운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가 급락했습니다. 유통주식비율이 낮아 약간의 수급 유출입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겁니다. 특히 이번 급등 과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물량을 매집한 뒤 고점에서 개인에게 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유통주식의 10% 넘는 물량을 하루만에 순매수·순매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흥아해운은 9.23% 하락한 423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2일에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직전 거래일인 15일에도 14.08% 급등한 뒤 상승세가 꺾인 겁니다.
[마켓PRO] "홍해 안 가는데"…외국인이 올린 흥아해운, 고점서 개인이 물량 받아
지난 3거래일동안의 수급이 눈길을 끕니다. 상한가를 친 지난 12일에 외국인이 약 433만주를 순매수했고, 장중 상승폭이 26.56%에 달했지만 14.08% 상승으로 마감한 15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17만주와 46만주를 순매도했습니다. 고점을 친 날 개인투자자만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겁니다.

한 증권사 운송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는 흥아해운 주가가 크게 움직인 데 대해 “수급적인 요인이 근본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이 지난 12일과 15일에 매매한 물량은 각각 흥아해운의 유통주식 물량(3626만598주)의 10%를 훌쩍 뛰어 넘습니다. 흥아해운의 유통주식비율은 15.08%입니다. 최대주주인 장금상선이 84.85%의 지분을 들고 있는 까닭입니다.

유통주식이 적은 이유로 흥아해운은 해운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섹터 내에서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창기인 작년 10월18일 정부가 대체 항만 확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 모멘텀이 발생했을 때도 해운주 중 흥아해운만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튿날에도 15.20% 상승했고요. 작년 10월18일에 HMM은 2.18%, 대한해운은 9.86%, 펜오션은 0.94%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류대란 발생 가능성 놓고 의견 엇갈려

이슈에 따른 수급 측면으로만 본다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비롯된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물류대랸이 실제 발생할지가 관건입니다. 하마스 지지를 선언한 예멘의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작년 12월만 해도 단기적 이슈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습니다. 한달여가 지난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과 후티반군 사이의 교전으로까지 번진 상태입니다.

이에 수에즈운하 차질 장기화로 인한 해상물류 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지중해로 진입하는 관문인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못하면 아프리카대륙 최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합니다. 기존 선박 운항 일정이 틀어지면서 특정 항구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컨테이너 운송 차질이 심화돼 코로나 팬데믹에 버금가는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우려했습니다.

반면 해운업계에서는 아직 심각한 물류대란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의 물류대란은 항만에 내린 컨테이너를 나를 트럭 운전기사의 부족, 예상을 벗어난 컨테이너 운송 수요의 증가, 폐선 증가로 인한 선복 공급 축소가 맞물린 결과였다”며 “현재는 트럭 공급에 차질이 없고, 선복 공급은 늘어나고 있으며, 운송 수요가 급증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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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까지만 가는 흥아해운…장기계약 비중도 절반 달해

설령 수에즈운하 차질로 인한 해상 물류대란이 일어나도 흥아해운의 수혜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로 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하는 탱커선을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항구에 기항하며 화물을 싣고 내려야 하는 컨테이너선에 비해 벌크선과 탱커선의 노선은 단순해 병목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흥아해운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노선을 운영하지도 않습니다.

수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지난주 이란이 미국의 유조선을 나포해 군사적 긴장 고조 해역이 호르무즈해협까지 넓어지면서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이 43%나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해협으로는 흥아해운의 선박이 진입하고 있습니다. 다만 흥아해운이 보유한 선박 중 가능 큰 사이즈는 2만 재화중량톤수(DWT)급으로, 초대형(15만DWT급 이상)급의 탱커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탱커선의 경우 장기계약에 따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흥아해운 역시 장기계약과 스팟계약(시장 가격으로 맺는 기간이 짧은 계약)의 매출 비중이 절반 정도씩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현재 매출의 절반 정도는 물류 차질이 심화되더라도 운임을 더 받을 수 없는 겁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