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계 빚 숨통 트여줄 '비대면 갈아타기'
직장인 A씨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빌린 연 6%대 주택담보대출을 한 인터넷은행에서 연 3%대로 갈아탔다. 이 덕분에 매달 약 60만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었다. A씨는 “새해 오전 근무가 늘었는데 대출금을 아낀 돈으로 등원 도우미를 쓸 수 있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온라인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호응이 크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주담대를 보유한 10만 명이 앱으로 갈아타기 조건을 조회했을 정도다. 이 가운데 40%인 약 4만 명이 실제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은행 창구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차주들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은행 간 금리 정보를 비교하며 비로소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리 인하 효과도 바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최저 금리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일부 은행은 갈아타기 상품의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연 3.84%(최저)를 제시한 뒤 연 3.69%로 다시 인하했다. 연 3.71% 상품을 내놓은 하나은행도 연 3.67%로 하루 새 금리를 내렸다.

모처럼 금융권 내 경쟁의 장(場)이 마련됐지만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아타기 취급 한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한도는 연간 2조원, 인터넷은행은 연간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구두 지침’이다. 전체 주담대 규모가 1049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갈아타기 한도가 턱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를 시작한 당일 자체적으로 정한 하루 한도가 바닥났을 정도다.

주담대 공급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필요도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 비교 플랫폼 입점에 소극적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 금융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주요 핀테크 플랫폼에 모두 입점한 은행은 현재 신한은행뿐이다. 물론 플랫폼과의 수수료 문제, 경영 전략 등에 따라 시중은행이 입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비대면 대환 대출로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려는 당국 취지에 부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빚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기우(杞憂)로 보인다. 갈아타기할 땐 기존 한도 증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면 그만큼 소비 여력이 커져 내수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어쩌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상생 금융’보다 ‘경쟁 금융’으로 인해 국민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더 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