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거래소그룹(JPX)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기업 명단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시행하도록 압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JPX는 15일 도쿄증시의 최상위 부문인 프라임 섹션에 상장된 기업 1656개 중 660개(39.8%)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JPX는 지난해 4월 도쿄증시에 상장된 3300여 개 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시행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PBR이 1배 이하인 기업은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JPX는 PBR 1배 이하 상장사 중 은행업종에 속한 기업은 94%가 이를 공개했지만 정보기술(IT) 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라임 섹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스탠더드 섹션 기업 중에서는 11.5%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JPX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 중 9%는 배당금 인상, 자사주 매입,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계획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의 낮은 PBR은 도쿄증시가 오랜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직원들의 평생 고용을 보장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꺼리는 관행이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배당금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낮고, 자사주 매입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시 상장사 약 1800개를 분석한 결과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율은 지난 10일 기준 44%에 달한다. 이번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기업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일본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FT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36,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주주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