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업무보고' 돌려 보낸 尹 "새 정책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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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산에선…
민생토론회 형식의 업무보고
행안·법무부가 하던대로 하자
대통령실 "다시 준비하라" 지시
산업·과기장관 '합동 PT'처럼
부처 칸막이 허문 새 방식 요구
민생토론회 형식의 업무보고
행안·법무부가 하던대로 하자
대통령실 "다시 준비하라" 지시
산업·과기장관 '합동 PT'처럼
부처 칸막이 허문 새 방식 요구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민생토론회)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용이나 형식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업무보고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로 완전히 바뀌면서 부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내실을 갖추지 않으면 ‘퇴짜’를 맞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일부 부처에 “일정을 미루더라도 토론회를 보다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의도를 잘 간파했느냐에 따라 부처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산업 민생토론회’를 준비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토론회 전날인 14일까지 대통령실은 “한 방이 없다, 아쉽다”는 의견을 두 부처에 전달했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내부 회의에서 “과기정통부가 늘 하던 보고를 재탕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반도체산업 육성 방안을 함께 발표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를 시도한 대표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도 토론회 직후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좋은 시도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장관은 여러 차례 만나 반도체 육성을 위한 협업을 수시로 논의했고 리허설도 함께하면서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며 “부처 간 벽을 허무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 외에 개인 임대사업자,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신혼부부, 청년특화형 매입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등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장면을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들이 내놓은 의견에 장·차관뿐 아니라 실무자인 사무관과 주무관이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내용도 의미가 있었고, 형식도 기존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보고를 위한 보고’를 지양하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검찰총장 시절 간부 외에 실무 담당 검사를 불러 보고받은 적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신년 업무보고는 공직자 외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참여하게 했다. 그러다가 올해는 아예 보고받는 주체를 대통령에서 국민으로 바꾸는 파격을 택했다. 이 비서실장 역시 이 같은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며 주제별 민생 토론회를 일일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대통령이 주재하는 업무보고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로 완전히 바뀌면서 부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내실을 갖추지 않으면 ‘퇴짜’를 맞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일부 부처에 “일정을 미루더라도 토론회를 보다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의도를 잘 간파했느냐에 따라 부처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산업 민생토론회’를 준비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토론회 전날인 14일까지 대통령실은 “한 방이 없다, 아쉽다”는 의견을 두 부처에 전달했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내부 회의에서 “과기정통부가 늘 하던 보고를 재탕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반도체산업 육성 방안을 함께 발표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를 시도한 대표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도 토론회 직후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좋은 시도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장관은 여러 차례 만나 반도체 육성을 위한 협업을 수시로 논의했고 리허설도 함께하면서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며 “부처 간 벽을 허무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 외에 개인 임대사업자,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신혼부부, 청년특화형 매입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등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장면을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들이 내놓은 의견에 장·차관뿐 아니라 실무자인 사무관과 주무관이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내용도 의미가 있었고, 형식도 기존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보고를 위한 보고’를 지양하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검찰총장 시절 간부 외에 실무 담당 검사를 불러 보고받은 적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신년 업무보고는 공직자 외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참여하게 했다. 그러다가 올해는 아예 보고받는 주체를 대통령에서 국민으로 바꾸는 파격을 택했다. 이 비서실장 역시 이 같은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며 주제별 민생 토론회를 일일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