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원 전 장관은 계양을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그는 16일 인천 계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우리 정치가 꽉 막혀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의원직을 유지하며 ‘방탄 국회’를 연다는 비판을 받은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로 원 전 장관이 “이 돌덩이가 누군지 아시냐”고 하자 행사 참석자들은 “이재명”이라고 외쳤다. 이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자객 공천’ 의지를 스스로 밝힌 것이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야당은 방탄 정당이 되고 있고, 여당도 협치할 수 없는 정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어떤 힘든 일이라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원 전 장관은 또 “이곳 계양은 수준이 높은 곳으로 젊음이 넘치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며 전국 어디에도 보기 힘든 지역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수준 높은 주민들”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국민들이 살고 계신 곳을 험지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의힘에선 ‘험지’라는 말이 이 순간부터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현재로선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예비후보 검증 과정에서 민주당에 제출한 의정활동계획서에도 계양을 관련 내용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여기서 “계양의 새로운 미래 성장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의 계양을 출마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우리가 알던 과거의 그 민주당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승리하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1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