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살아있는 한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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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생 담은 <사람의 길> 출간
여든넷의 나이로 장편소설 펴내
"딸이 골라준 책 읽는 게 즐거워"
여든넷의 나이로 장편소설 펴내
"딸이 골라준 책 읽는 게 즐거워"
소설가이자 시인 한승원(84·사진)은 1997년 서울 생활을 청산한 뒤 27년째 고향 전남 장흥에 살고 있다. 작업실에 ‘해산토굴’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매일 글을 쓴다. 그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으로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같은 문학상을 거머쥔 원로 작가다.
“하루는 중년 남자가 찾아와 ‘여기 새우젓 파냐’고 물어요. 토굴이라니까 오해했나 봐요. 웃고 말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미가 커요. 스스로를 토굴에 가두고 양생하는 것은 저의 시와 소설과 삶이 한창 맛깔스럽게 익어가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숙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온 한 작가가 신간 <사람의 길>을 내놨다. <신화의 늪>(2019)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책은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시, 에세이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에세이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기면서 썼다”고 했다.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환상을 넘나든다. 갈매기가 말을 건네는 신화적 이야기 중간중간 현실의 검찰이나 정치인에 대한 논평이 끼어든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이 내 최후의 길”이라며 “삶 막판의 이삭줍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을 집약했다는 뜻이다.
소설 속에는 의사들이 직업 윤리를 다짐하며 외우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빗대 ‘국회의원의 선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온다. 그에게 ‘소설가의 선서’를 쓴다면 1항은 무엇이겠느냐고 물었다. 한 작가는 “하나, 소인 근성을 버려라. 권력을 칭찬해주는 글은 버려라”라고 곧장 답했다.
문학의 길에 대한 진지한 철학, 세태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던 그는 딸인 소설가 한강 얘기를 꺼내자 목소리가 180도 달라졌다. ‘소설가 아버지로 살다가 소설가의 아버지로 사는 삶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자부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년 들어서 딸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어려서 딸이 제가 읽던 책을 따라 읽었다면 이제는 딸이 골라 보내주는 책을 읽는 게 즐거움”이라고 했다. 딸은 서점과 책이 귀한 장흥으로 때마다 책을 보내온다고 했다.
“제가 이끼를 좋아하니 <이끼와 함께>라는 책을 보내왔더라고요. 미국 인디언의 후손인 여성 생물학자가 쓴 문학적인, 시적인 글이라 좋게 봤어요. 같은 작가가 쓴 <향모를 땋으며>도 보내왔고, 고전 <월든>도 보내준 적 있고요.”
구순을 바라보는 한 작가는 1966년 등단해 등단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살아있는 한 쓰고, 쓰는 한 살아있다”고 말했다. “‘삶을 구도적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참된 삶을 살려고 애썼다고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하루는 중년 남자가 찾아와 ‘여기 새우젓 파냐’고 물어요. 토굴이라니까 오해했나 봐요. 웃고 말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미가 커요. 스스로를 토굴에 가두고 양생하는 것은 저의 시와 소설과 삶이 한창 맛깔스럽게 익어가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숙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온 한 작가가 신간 <사람의 길>을 내놨다. <신화의 늪>(2019)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책은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시, 에세이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에세이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기면서 썼다”고 했다.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환상을 넘나든다. 갈매기가 말을 건네는 신화적 이야기 중간중간 현실의 검찰이나 정치인에 대한 논평이 끼어든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이 내 최후의 길”이라며 “삶 막판의 이삭줍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을 집약했다는 뜻이다.
소설 속에는 의사들이 직업 윤리를 다짐하며 외우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빗대 ‘국회의원의 선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온다. 그에게 ‘소설가의 선서’를 쓴다면 1항은 무엇이겠느냐고 물었다. 한 작가는 “하나, 소인 근성을 버려라. 권력을 칭찬해주는 글은 버려라”라고 곧장 답했다.
문학의 길에 대한 진지한 철학, 세태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던 그는 딸인 소설가 한강 얘기를 꺼내자 목소리가 180도 달라졌다. ‘소설가 아버지로 살다가 소설가의 아버지로 사는 삶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자부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년 들어서 딸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어려서 딸이 제가 읽던 책을 따라 읽었다면 이제는 딸이 골라 보내주는 책을 읽는 게 즐거움”이라고 했다. 딸은 서점과 책이 귀한 장흥으로 때마다 책을 보내온다고 했다.
“제가 이끼를 좋아하니 <이끼와 함께>라는 책을 보내왔더라고요. 미국 인디언의 후손인 여성 생물학자가 쓴 문학적인, 시적인 글이라 좋게 봤어요. 같은 작가가 쓴 <향모를 땋으며>도 보내왔고, 고전 <월든>도 보내준 적 있고요.”
구순을 바라보는 한 작가는 1966년 등단해 등단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살아있는 한 쓰고, 쓰는 한 살아있다”고 말했다. “‘삶을 구도적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참된 삶을 살려고 애썼다고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