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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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 이상 급락하며 2430선까지 밀렸다. 국내외 지정학적 불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 기업 실적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정부가 국내 증시를 띄우기 위해 각종 혜택을 발표했지만 냉랭한 투자심리를 돌이키진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줄하락

17일 코스피지수는 2.47% 떨어진 2435.9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처음으로 2430선으로 내려갔다. 올해 12거래일 중 10거래일 하락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9021억원어치를 내다팔았고, 기관도 12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개인은 85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인 매도에 코피 터진 코스피…올 12일 중 10일 떨어졌다
삼성전자(-2.20%), SK하이닉스(-0.83%), 셀트리온(-5.07%), 네이버(-4.78%)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모두 하락했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2.55% 내린 833.05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1779억원어치를 팔고, 기관과 개인이 각각 142억원, 173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불안 요인은 ‘중국’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하 지연, 환율 불안, 북한 리스크 등이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겼다”며 “특히 오늘 홍콩 증시가 4%가량 빠지는 등 중국발 수요 부진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기관은 7조원 규모 주식을 팔고 있는데 그중 3조5000억원이 반도체에 집중됐다”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한 후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발표, 단기 부양은 어려워”

이날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해 국민 자산을 증대시키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투자자 유입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다만 국내 증시가 직면한 악재들을 당장 해소할 수단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발표는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높여 대기자금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대외적 변수에 휘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증권거래세 인하나 비과세 한도 확대만으론 증시 부양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질을 높이는 다른 대안이 추가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제도 변화 자체는 찬성하지만, 국내 증시가 저평가를 벗어나려면 주주 보상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지주사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방안이 나왔지만 이미 대부분 기업이 지주사 전환을 마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부가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려면 공매도 금지보다는 MSCI선진국지수 편입 등 다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배태웅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