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43)는 매주 한 번 세 시간씩 일하는 가사도우미를 부르고 있다. 한 달에 2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지만, 청소 시간을 아껴 여가생활을 하거나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A씨는 “주말에 오롯이 쉴 수 있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덜하다”고 말했다.

집안일 남 시키는 중장년층…"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
시간 대비 효율을 뜻하는 ‘시(時)성비’를 따지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17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가사노동 플랫폼 이용을 결제한 고객 가운데 43%가 40~60세대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23%)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20·30세대 비중은 77%에서 57%로 줄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시성비를 따지는 문화가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발달한 디지털·비대면 기술 등을 통해 시간의 주권을 갖고 적극적인 삶의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고금리·고물가로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불경기로 명품 대신 진입 장벽이 낮은 고급 식자재가 새로운 사치재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지난해 1~11월 신한카드 고객의 그로서리 스토어 이용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8% 증가했다. 이용 건수는 11.4%, 건당 금액은 17.4% 늘었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주로 고급 식품과 식자재를 모아 선보이는 매장을 말한다.

감각 및 경험 추구 현상이 강해지는 동시에 해독 소비 경향이 나타나는 ‘자극 양극화’ 현상도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라탕, 탕후루와 같은 자극적 음식과 숏폼, 로맨스 웹소설 등 인스턴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지만, 샐러드나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시설 등 순한 음식과 저자극 콘텐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9월 마라탕 전문점을 방문한 신한카드 이용자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지난해 1~10월 샐러드 등 건강식 전문점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51% 늘었다.

경기 불황으로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에 지출을 늘리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물관을 이용하는 신한카드 고객은 책을 구입(19%)하거나 영화관(16%), 해외여행(10%), 운동경기(14%) 등에서 중복적인 소비를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육아·살림 관련 소비를 가족 구성원들이 분담하는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9월 키즈카페(80%), 소아과(59%) 등 육아 관련 업종에서 60대 이상의 이용 건수는 2019년 대비 큰 폭 증가했다. 남성의 키즈카페 이용 건수도 같은 기간 40% 늘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