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력 시장, 판매 경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해야
전력시장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 생산된 전기를 소비처까지 배달하는 송배전 부문, 그리고 최종 소비자에 판매하는 판매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과 판매 부문은 경쟁 영역이고, 송배전 부문은 고정비용이 높은 전력망 사업으로 독점적 유지 효율성이 높다고 인식된다. 실제로 대다수 세계 선진국 전력시장은 이런 논리를 반영해 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시장은 20년 이상 세계적 흐름과 다른 시장 구조를 유지했다.

한국의 전력시장은 2001년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시작해 한국전력으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자회사를 법적 분리했다. 그러나 2004년 구조 개편이 중단되면서 한전의 송배전 부문과 판매 부문이 수직결합된 채 운영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전기사용자에게 전력구매계약(PPA)으로 공급하는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오직 한전을 통해서만 전기가 소매시장에서 독점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나름 발전사와 판매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해 안정된 가격으로 전기를 생산·판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전기 생산의 기회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 가격이 유지되면서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낮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산업 구조가 유지됐다.

전기 가격 결정이 정치적 영향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에너지 시장의 자원 배분도 왜곡되고 있다. 판매시장에서 독점인 한전은 판매 가격에 비용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독점 공기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송배전망 등 전력산업 인프라 관리와 전력산업 안정성에 해가 되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전력시장이 단순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기능을 넘어 에너지 관련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플랫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소매시장에 많은 판매사업자가 참여해 소비자 필요에 따른 맞춤형 전기요금제를 제공하거나, 전력·가스·통신서비스를 결합 판매해 총비용을 절감케 하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판매시장 독점 구조, 경직적인 전력 가격하에선 시장 참가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힘들고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촉진하기도 어렵다. 많은 국가에서 발전사업자도 판매사업자를 겸해 소매시장에서 판매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소매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올 6월부터 시행되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으로 전력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맞은 듯하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선 한전뿐 아니라 분산에너지사업자도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돼 소비자 선택권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와 분산에너지사업자 모두에게 거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격 체계를 제대로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판매시장 개방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