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나라가 추락하느냐 다시 성장하느냐는 운명의 기로에 서 있어요. 위기의식(sense of crisis)과 절박함(sense of urgency)이 요구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이승한 홈플러스 초대 회장은 18일 경영 지침서 <인문과 과학으로 보는 통찰경영: K-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이 전 회장은 국내 유통산업의 역사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를 거쳐 영국 테스코와 합작해 1997년 홈플러스를 출범시켰다. 업계 꼴찌로 출발한 홈플러스는 그의 지휘 아래 4년 만에 업계 2위로, 10년 만에 매출 12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서울 역삼동에서 북카페 ‘북쌔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도 북쌔즈에서 열렸다. 이 전 회장은 경영연구그룹 활동과 저서 집필을 꾸준히 하며 후배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새 저서 <인문과 과학으로 보는 통찰경영>은 공급망 위기,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의 상황을 통찰하고 미래 경영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 쓰였다. 이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기반 기술이 약해졌고, 기업가정신 쇠퇴도 심각하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그는 “기업들이 위기를 헤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55년 지식과 경험, 연구 결과를 묶어 실전적 경영학책을 썼다”고 말했다.이 전 회장은 “전통적인 경영학의 시대가 끝났다”고도 강조했다. 경영을 생산, 마케팅, 인사 등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
“내 교향곡은 대부분 묘비다. 너무 많은 국민이 죽었고,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들의 묘비를 어디에 세우겠는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음악밖에 없다.”20세기를 대표하는 옛 소련 출신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남긴 말이다. 독재자 스탈린 치하에서 유배되거나 망명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그를 두고 세간의 평은 극명히 갈린다. 일각에선 여전히 “권력의 힘에 굴복해 선전용 작품으로 손을 더럽힌 어용 음악가”라고 비판한다. 최근에는 “악보 곳곳에 반(反)스탈린 메시지를 새겨넣은 저항의 작곡가”로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증언>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등 그의 삶을 다룬 서적을 통해 탄압의 시대에 끊임없이 고뇌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한 예술가로서의 얼굴이 집중 조명되면서다. 권력자들이 ‘사회주의의 승리’로 임의 해석한 교향곡 5번 피날레를 두고 지인에게 “군중이 몽둥이로 맞고 부들부들 떨면서도 시키는 대로 중얼거리며 행진하는 모습과 같다”고 숨은 작곡 의도를 설명한 일화, 스스로 “용기가 없는 비겁자”라고 자조한 대목 등이 그렇다.혼돈의 시대를 살다 간 비운의 천재 쇼스타코비치.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들이 올해 내내 연주된다. 국내에서 그의 음악을 가장 다채롭게 접할 수 있는 자리는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리는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음악제 ‘클래식 레볼루션’이다. ‘스펙트럼: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6번, 15번과 바이올린협
“브람스를 연주할 때는 악보 속을 살다 오는 것 같습니다. 저희 유전자에 그대로 (브람스가) 남아 있는 느낌이에요.”18일 노부스콰르텟의 기자간담회에서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재영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올해 진행할 전국 투어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노부스콰르텟은 실내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영국 런던 진출에 성공한 한국 1세대 현악 사중주단이다. 현악 사중주는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학구적이고 진지한 성격이 짙어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로 꼽힌다. 과거엔 국내에서 이 장르를 공연으로 접할 기회도 드물었다. 이 분위기를 바꾼 건 2007년 결성된 노부스콰르텟이었다. 이들은 뮌헨 ARD콩쿠르 2위, 모차르트국제콩쿠르 1위 등 해외 경연을 휩쓸고 2022·2023년 한국인 최초로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지금은 이들을 롤모델로 삼고 따르는 후배 현악 사중주단이 여럿 있을 정도다.노부스콰르텟은 20일 브람스 현악 사중주 전곡을 녹음한 앨범을 발매한다. 디지털 음원은 지난 14일 나왔다. 최근 10년 새 이들이 낸 앨범만 8개에 달한다. 노부스콰르텟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선율을 이끄는 제1 바이올린을 달리했다. 1번 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2번과 3번은 김재영이 맡았다. 김재영은 “곡마다 각자 특색에 어울리는 쪽으로 제1 바이올린을 정했다”며 “브람스의 현악 사중주 곡은 성부 4개가 촘촘하고 빼곡하게 악보를 채우고 있어 곡 해석 과정에서 여백을 만드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노부스콰르텟은 올해가 활동 19년차다. 지금이 음악 인생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때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재영은 “앨범을 준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