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나란히 4년 만에 최저 실적을 냈다. 경기 침체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IB 사업 부문에서의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24% 감소한 85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 역시 전년보다 18% 적은 91억달러(약 12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역시 4년 만에 최저치다.

JP모간체이스가 사상 최대 수준인 500억달러(약 67조원)의 순이익을 본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전일보다 0.71% 오른 380.45달러에 마감한 반면 모건스탠리는 전장 대비 4.16% 대폭 하락한 85.97달러에 장을 마쳤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실적 자체는 둔화했지만, 시장 전망치는 웃돈 것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20억달러로 집계돼 블룸버그가 산출한 전문가 전망치(약 15억달러)를 웃돌았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6% 늘어난 113억달러로 예상치(약 108억달러)를 능가했다. 자산 관리, 주식 거래 등 부문에서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었다.

이 은행은 투자금 대출을 원하는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자기자본 조달 부문 수익이 전년 대비 15% 늘었고, 사모펀드 대상 FICC(채권·외환·원자재) 파이낸싱 수익도 4% 증가했다. 초부유층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수익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인 26억달러를 찍었다.

모건스탠리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 22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8% 감소한 91억달러로 집계됐다. IB 및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3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