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고 싶다면,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책마을]
사무실에 출근한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이메일 폭탄'을 마주하게 된다. 메일에 답신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새로운 메일이 쌓여간다. 회의에 다녀오면 그 사이 또 메일이 와 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메일과 각종 소셜 미디어 알림, 문자 메시지 등은 무언가 한 군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미국 UC어바인대 정보학과의 글로리아 마크 석좌교수가 쓴 <집중의 재발견>은 디지털 세상에서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현대인을 위한 책이다. 디지털 기기는 우리가 한 곳에 오랫동안 집중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 주의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47초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집중과 멀티태스킹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20년 넘게 연구해 온 마크 교수는 실험을 위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직접 관찰했다. 컴퓨터 화면을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거나 전화를 받을 때 스톱워치를 달아 집중하는 시간을 체크하기도 하고, 이메일을 차단했을 때 직장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심박수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살아 있는 실험을 통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몰입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자'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없애지 않는 한, 그리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유지하려는 한 몇시간 동안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인간의 집중력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온종일 몰입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집중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하루의 '집중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최대 집중할 수 있는 분량 등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계획을 세우라는 설명이다. 어떤 이는 오전 11시에 가장 집중이 잘 될 수도 있고, 월요일과 금요일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사람도 있다. 최대한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인 사람도 있는 반면,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니다.

빈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집중력을 환기할 수 있도록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중을 잘 하기 위해선 휴식과 균형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집중과 몰입에만 집착하는 건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성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발표돼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된 <도둑맞은 집중력>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책이다. 현대인이 집중할 수 없는 원인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의 영향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선 같다. 다만 <도둑맞은 집중력>은 현대인이 더 잘 집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 4일제 시행, 교육환경 개선 등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반면 <집중의 재발견>은 디지털 시대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불가피한 것이기에 집중의 강박에 벗어나 본인의 리듬을 찾을 것을 권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