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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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이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다니면서 에너지 가격이 연쇄 급등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은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4년 주목해야 할 글로벌 에너지 동향 5가지를 선별했다.

유가 보합세 전망추가 M&A 주목

1. 국제 유가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억제될 것.
원유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약세 펀더멘털이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일 악화하는 중동 정세로 인해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부진한 글로벌 경제 지표가 유가를 보합권 속에 가둬둘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 공급 감축을 둘러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분 등도 유가 상방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2024년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부족이 원유 시장의 가장 큰 우려로 남아 있으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예상치를 계속 상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83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전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2. 에너지 분야의 인수합병(M&A) 여지.
작년엔 엑슨모빌의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스 인수(600억달러)와 셰브런의 헤스 인수(530억달러)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 간 M&A가 잇따랐다. 석유 및 가스 등 저량(stock) 자원 확보에 관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대형사들이 이미 M&A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올해 거래 규모는 더 작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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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중에 아직까지 M&A 관련 논의가 없는 곳은 코노코필립스 정도다. 글로벌 로펌 스캐든의 에릭 오트네스 M&A 책임자는 "그동안 이 같은 통합 움직임은 업스트림 분야에서 있었지만, 이게 미드스트림과 서비스 분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IRA 달고 신재생에너지 꿈은 계속된다

3. 험로에도 계속될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
작년 한해는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 전반이 고통을 겪었다. 높은 차입 비용, 원자재 가격 상승, 인허가 절차 지연 등이 맞물린 탓이다. 이 같은 장애 요인들은 올해도 재생에너지 부문의 발목을 잡겠지만, 설치 수요는 또 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46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설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풍력, 태양광 발전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화력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청정 수소 성장성의 성패가 갈리는 해로 기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 커머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9개국이 청정 수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을 발표했지만, 각종 비용 증가와 수요 둔화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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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美IRA의 '리쇼어링 꿈'은 계속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효과가 계속될지 지켜봐야 한다. IRA는 37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세액 공재(보조금) 혜택으로 미 대륙에 청정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구상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인건비, 자재비 등이 폭등하면서 청정 에너지 관련 제조설비의 신규 건설이 지연됐다. 특히 올해는 미국산 태양광 부품 제조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 최초의 셀, 웨이퍼, 잉곳 제조공장은 올해 말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5. LNG에서 입지 커질 미국
미국은 작년에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통신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연간 LNG 수출량은 9100만t을 웃돌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 2개의 신규 시설이 가동되면 미국의 LNG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