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계획 수립에 반영…"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줘야" 원칙 제시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변수…금리 인하 기대감도 수요 자극
5대 금융지주, 당국에 "가계대출 증가율 1.5~2%로 관리할 것"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5대 지주가 증가율 목표를 2% 이내로 제시한 것이다.

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업무 계획을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범위에서 가계대출이 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계획에 반영을 당부했고, 지주별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로 1.5~2% 수준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4.9%)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차주들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권도 차주가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업무 계획에 반영해 금융권 스스로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가 고금리 등으로 대출 수요도 위축된 만큼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진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 판단이다.

실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연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10조1천억원으로 전년(8조8천억원 감소)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긴 하지만 과거 8년간 매년 80조원 넘게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경제 규모(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최신 보고서(작년 3분기 기준)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유일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권 가계대출을 성장률 내로 관리함으로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꾸준히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105.4%에서 작년 104.5%, 올해 100.8%(잠정치)까지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 가계부채가 많다는 건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 줄이긴 줄여야 하는데, 경제에 무리가 안 가게 천천히 줄여야 한다"며 "올해 말 기준 100.8%라 내년에 잘하면 두 자릿수로도 당연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당국에 "가계대출 증가율 1.5~2%로 관리할 것"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곳곳에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 대규모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도 조만간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대출이 출시된다.

금리가 1%대인 데다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빠지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 대책을 발표한 영향도 확인해야 한다.

한은이 1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됐음을 선언함에 따라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 수요 관점에서 워낙 변수가 많고 정책 금융 등 증가 요인도 적지 않다"며 "금융권이 스스로 목표치를 설정한 만큼 가급적 목표 범위 내에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