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왜 [오늘의 유가]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수요 둔화 우려
美공급 위축·달러 강세 등도 영향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센트(0.22%) 오른 배럴당 72.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3월물은 41센트(0.5%) 하락한 배럴당 77.88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에는 배럴당 80달러를 밑돌며 좁은 폭에서 움직이고 있다. 홍해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수요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셰일 유전이 있는 노스다코타에서는 한파가 덮치며 석유 생산량이 하루 65~7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

립포우오일어소싱에이츠의 앤드루 리포우 회장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이상 하락한 후 미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다"고 말했다.
박스권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왜 [오늘의 유가]
유가는 원유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2%라고 이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인 5.3%를 밑돌았다.

전날 리창 총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지난해 전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5%를 웃도는 5.2%라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4분기 성장률에 더 주목하며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프리얀카 삭데바 필립노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며 "2024년과 2025년에 대한 중국의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돼 달러 가치가 오르면 해외 트레이더들의 원유 수요가 줄어든다.

이날은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이날 103.467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에만 달러지수는 2% 이상 올랐다.
폭설에 마비된 美 미국 전역에 북극한파와 겨울 폭풍이 몰아쳐 육로, 항로 등의 교통편이 마비됐다. 15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폭설로 대로변에 고립된 차량을 사람들이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설에 마비된 美 미국 전역에 북극한파와 겨울 폭풍이 몰아쳐 육로, 항로 등의 교통편이 마비됐다. 15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폭설로 대로변에 고립된 차량을 사람들이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부 Fed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새로운 고점을 쓰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해 사태가 유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조선 운항이 중단되거나 경로가 변경돼 운송비가 상승하고 배송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는 아덴만을 따라 동쪽으로 항해하던 마셜제도 선적의 벌크선이 동남쪽 66마일 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소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량 전망치를 기존의 하루 220만배럴로 유지했다. 내년 원유 수요는 하루 18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파르탄 캐피털의 피터 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지난 3주간 거래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근본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공급망이 붕괴하고 유가는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