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30년…'새싹채소 1등' 기적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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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유은복지재단
중증장애인 35명에 일터 제공
인내·격려로 매출 40억 달성
1년 전 화재 아픔 겪었지만
창업 초심 다지며 재기 성공
중증장애인 35명에 일터 제공
인내·격려로 매출 40억 달성
1년 전 화재 아픔 겪었지만
창업 초심 다지며 재기 성공
30년간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일터를 가꿔 새싹채소 분야 전국 1등이 된 경북 안동시의 한 기업이 화제다.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 일터인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는 오는 22일 창업 30주년을 맞는다. 부부인 이종만 이사장과 김현숙 원장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쟁쟁한 기업들 틈에서 20년간 새싹채소 생산량 전국 1위를 지켜왔다.
이 회사 종업원 49명 가운데 35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자폐 장애가 있는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이 회사가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새싹채소를 재배할 땐 뿌리가 엉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꼼꼼한 장애인 직원들의 특징이 회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주변에서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30년 존속한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작업능률이 비장애인의 20~60%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싹채소 1위 기업을 만든 것은 경영자의 믿음과 인내가 바탕이 됐다.
김 원장은 “중증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하루면 적응해 할 일을 1년에 걸쳐 배운다”며 “처음 오면 같이 눈을 맞춰주고 손뼉 치고 춤추면서 적응하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적응에 실패할 때도 ‘괜찮다’며 격려하다 보면 능률이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전국 1위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동체는 5년 전,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미국에서 대당 3000만원짜리 기계를 16대 수입했다. 2022년 처음으로 매출 40억원을 넘어섰다.
호사다마였을까. 1년 전 화재로 시설이 잿더미로 변하는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20억원대 빚을 안게 됐지만 이 이사장은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직장인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새싹”이라며 “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출근이 중단돼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상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세금으로 혜택만 보는 장애인을 세금 내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만들자’는 30년 전 초심을 되새겼다. 새싹채소 기술을 전수한 경남의 한 기업이 임시 생산을 도와 화마에도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올렸다.
직원과 가족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이사장은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보호작업장이 700여 개에 달하지만 온전한 월급을 주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 70곳 수준”이라고 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 A씨의 어머니는 “가장 간절한 소망은 내가 세상을 떠나도 아들이 자립하는 일인데 매일 일터로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다”고 했다.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20년 넘게 근무 중인 정미곤 팀장은 “비장애인과 일했다면 훨씬 더 수익이 났겠지만 원장님 부부 덕분에 우리는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새 공장이 건립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 부부는 2013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지난해에는 경상북도의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의 대상을 받았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 일터인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는 오는 22일 창업 30주년을 맞는다. 부부인 이종만 이사장과 김현숙 원장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쟁쟁한 기업들 틈에서 20년간 새싹채소 생산량 전국 1위를 지켜왔다.
이 회사 종업원 49명 가운데 35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자폐 장애가 있는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이 회사가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새싹채소를 재배할 땐 뿌리가 엉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꼼꼼한 장애인 직원들의 특징이 회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주변에서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30년 존속한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작업능률이 비장애인의 20~60%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싹채소 1위 기업을 만든 것은 경영자의 믿음과 인내가 바탕이 됐다.
김 원장은 “중증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하루면 적응해 할 일을 1년에 걸쳐 배운다”며 “처음 오면 같이 눈을 맞춰주고 손뼉 치고 춤추면서 적응하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적응에 실패할 때도 ‘괜찮다’며 격려하다 보면 능률이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전국 1위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동체는 5년 전,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미국에서 대당 3000만원짜리 기계를 16대 수입했다. 2022년 처음으로 매출 40억원을 넘어섰다.
호사다마였을까. 1년 전 화재로 시설이 잿더미로 변하는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20억원대 빚을 안게 됐지만 이 이사장은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직장인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새싹”이라며 “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출근이 중단돼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상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세금으로 혜택만 보는 장애인을 세금 내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만들자’는 30년 전 초심을 되새겼다. 새싹채소 기술을 전수한 경남의 한 기업이 임시 생산을 도와 화마에도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올렸다.
직원과 가족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이사장은 “하루 몇 시간만 일하는 보호작업장이 700여 개에 달하지만 온전한 월급을 주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 70곳 수준”이라고 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 A씨의 어머니는 “가장 간절한 소망은 내가 세상을 떠나도 아들이 자립하는 일인데 매일 일터로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다”고 했다.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20년 넘게 근무 중인 정미곤 팀장은 “비장애인과 일했다면 훨씬 더 수익이 났겠지만 원장님 부부 덕분에 우리는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새 공장이 건립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 부부는 2013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지난해에는 경상북도의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의 대상을 받았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