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는 지분 팔고, 개미는 비명…모두 루저 만드는 상속세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징벌적 상속제도의 '덫'
(1)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른 상속세
주가 오르면 세금 많이 내야
경영권 승계 안된 중견기업들
인위적으로 주가 누르기도
(1)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른 상속세
주가 오르면 세금 많이 내야
경영권 승계 안된 중견기업들
인위적으로 주가 누르기도

최근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대한민국 주요 기업의 경영권 상속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상속자산의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오너들은 보유 지분을 처분한다. 부인과 자녀들에게 물려주면서 분산된 지분이 더 줄어들어 경영권이 약화된다. 과거 유통되지 않던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가 하락한다. 불똥은 소액주주로 튀게 된다.
○개미, 조단위 주식 매각에 ‘부글부글’

한미약품그룹 일가는 2020년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했다. 3년간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가 이달 OCI그룹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매각하기로 했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오너들은 당면 경영 과제보다 지배구조를 우선한다. 기업 경영이 느슨해진 가운데 오버행 우려가 커져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2021년 초 주당 8만원을 넘어선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올해 3만원 선을 밑돌기도 했다.
기업 상속 과정에 지배지분은 약화된다. 3세 승계를 거친 국내 주요 대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이 10~20%에 불과하다.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는 지배구조다.
○상속 이전 바닥 기는 주가
운용업계에선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속·증여세가 시가(주가)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국내 2606개 상장사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청산가치의 절반(0.5배)에도 미치지 않는 기업은 471개에 달한다. 이 중 많은 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 대표는 “앞으로 경영권 승계를 해야 할 기업들은 주가를 부양할 유인이 없고, 일부 회사는 주가를 낮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3월 배당 기준을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 10%에서 별도 재무제표 순이익 50%로 바꿨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3월 3일) 주가는 7.81% 급락했다. 같은 달 창업주인 성기학 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를 지배하는 비상장사 YMSA의 지분 50.01%를 둘째 딸인 성래은 부회장에게 증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배당 기준이 바뀌면서 절대 배당금 규모가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며 “개미 투자자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배당정책을 변경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영원무역그룹 측은 “배당 정책을 합리화하면서 배당금 규모가 20% 가량 감소했다”며 “배당 정책은 적법한 경영 판단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내복업체 BYC는 1983년 이후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40년 전 땅값을 현재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업계는 BYC의 보유 부동산 가치가 최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BYC의 시가총액은 2408억원에 불과하다.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만드는 케이씨는 2022년 1188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시가총액은 2609억원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BYC와 케이씨의 경영권 승계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을 저평가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