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제도' 저리 가라"…'배지色'으로 나뉘는 다보스 계급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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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대신 배지만 본다"
“다보스포럼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하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합니다. 참석자들이 목에 건 배지 색깔을 보면 계급이 금방 보입니다.” (외교부 관계자)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둘째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신(新)원자력’을 주제로 하는 비공개 세션에 핵심 패널로 참석했다. 이 세션엔 참석한 정부 인사는 윤성덕 주제네바 대사가 유일했다. 한 총리를 수행하는 외교부와 총리실 고위 관계자들도 세션에 들어가지 못해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이유가 뭘까. 다보스포럼 주최 측은 행사에 참석하는 3000여명에게 출입 배지를 일괄적으로 나눠준다. 목에 배지를 걸어야만 포럼이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 등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행사장 안에 진입하더라도 모든 곳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세션이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 배지를 태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배지를 태그해 모니터에 승인 허락이 표시돼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세션에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등급’이 참석자마다 달리 부여됐다는 뜻이다. 포럼 참석자의 등급은 목에 건 배지 색깔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포럼 참석자들은 상대방을 볼 때 얼굴보다도 목에 건 배지 색깔을 먼저 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의 참석자 등급을 인도의 옛 카스트 제도(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에 빗대기도 한다.
우선 브라만에 버금가는 포럼의 최고 VIP에겐 하얀색 배지에 위쪽 가운데에 골드 문양이 붙여진 배지다. 각국 정부 정상급 인사나 국제기구 수장들에게 발급된다. 한 총리도 이 배지를 받았다. 이른바 하얀색 골드 배지를 건 참석자들은 행사장 내 어느 곳에나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얼굴만 봐도 익히 알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지를 목에 걸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두 번째 등급은 하얀색 배지다. 장관 등 정부 각료급 인사와 돈을 내고 유료로 참가한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부여된다. VIP 배지와 마찬가지로 하얀색이지만 골드 문양이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션에 참석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배지 색깔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국내 오너 3·4세 경영인들도 이 배지를 목에 걸고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골드 배지와 하얀색 배지를 제외한 나머지 색깔은 이른바 소위 ‘평민’들이 차는 배지다. 우선 행사장에선 녹색과 주황색을 건 참석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녹색은 각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 임직원에게 부여된다. 예컨대 하얀색 골드배지를 찬 VIP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겐 녹색 배지가 부여된다. 이번 포럼에서 한 총리를 수행한 외교부와 총리실 공무원들도 모두 녹색 배지를 목에 걸었다. 주황색은 기자 등 미디어 종사자가 목에 걸고 다니는 배지다. 다만 같은 기자라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유수 언론의 일부 기자에겐 하얀색 배지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녹색과 주황색 배지를 건 참석자들은 공개 세션이 아니면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
파란색 배지를 걸고 있는 참석자들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측 직원들이다. 행사장 내 청소 등 주변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보라색 배지가 제공된다.
다보스포럼의 배지 색깔이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배지 색깔에 더해 아래쪽 스트립 색깔을 더해 또다시 등급이 나뉘기도 한다. 색깔을 조합하면 다보스포럼 내 30여개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에게 제공되는 배지 색깔에 대해선 과거부터 카스트 제도에 빗댄 논란이 적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바뀔 기미를 일절 보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철저한 계급 구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강경민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둘째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신(新)원자력’을 주제로 하는 비공개 세션에 핵심 패널로 참석했다. 이 세션엔 참석한 정부 인사는 윤성덕 주제네바 대사가 유일했다. 한 총리를 수행하는 외교부와 총리실 고위 관계자들도 세션에 들어가지 못해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이유가 뭘까. 다보스포럼 주최 측은 행사에 참석하는 3000여명에게 출입 배지를 일괄적으로 나눠준다. 목에 배지를 걸어야만 포럼이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 등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행사장 안에 진입하더라도 모든 곳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세션이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 배지를 태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배지를 태그해 모니터에 승인 허락이 표시돼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세션에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등급’이 참석자마다 달리 부여됐다는 뜻이다. 포럼 참석자의 등급은 목에 건 배지 색깔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포럼 참석자들은 상대방을 볼 때 얼굴보다도 목에 건 배지 색깔을 먼저 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의 참석자 등급을 인도의 옛 카스트 제도(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에 빗대기도 한다.
우선 브라만에 버금가는 포럼의 최고 VIP에겐 하얀색 배지에 위쪽 가운데에 골드 문양이 붙여진 배지다. 각국 정부 정상급 인사나 국제기구 수장들에게 발급된다. 한 총리도 이 배지를 받았다. 이른바 하얀색 골드 배지를 건 참석자들은 행사장 내 어느 곳에나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얼굴만 봐도 익히 알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지를 목에 걸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두 번째 등급은 하얀색 배지다. 장관 등 정부 각료급 인사와 돈을 내고 유료로 참가한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부여된다. VIP 배지와 마찬가지로 하얀색이지만 골드 문양이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션에 참석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배지 색깔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국내 오너 3·4세 경영인들도 이 배지를 목에 걸고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골드 배지와 하얀색 배지를 제외한 나머지 색깔은 이른바 소위 ‘평민’들이 차는 배지다. 우선 행사장에선 녹색과 주황색을 건 참석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녹색은 각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 임직원에게 부여된다. 예컨대 하얀색 골드배지를 찬 VIP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겐 녹색 배지가 부여된다. 이번 포럼에서 한 총리를 수행한 외교부와 총리실 공무원들도 모두 녹색 배지를 목에 걸었다. 주황색은 기자 등 미디어 종사자가 목에 걸고 다니는 배지다. 다만 같은 기자라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유수 언론의 일부 기자에겐 하얀색 배지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녹색과 주황색 배지를 건 참석자들은 공개 세션이 아니면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
파란색 배지를 걸고 있는 참석자들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측 직원들이다. 행사장 내 청소 등 주변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보라색 배지가 제공된다.
다보스포럼의 배지 색깔이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배지 색깔에 더해 아래쪽 스트립 색깔을 더해 또다시 등급이 나뉘기도 한다. 색깔을 조합하면 다보스포럼 내 30여개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에게 제공되는 배지 색깔에 대해선 과거부터 카스트 제도에 빗댄 논란이 적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바뀔 기미를 일절 보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철저한 계급 구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