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사랑' 한국인들 어쩌나…원두 가격 30% 뛰었다
홍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글로벌 커피 무역 지도를 바꾸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무역길인 홍해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물류비용이 급상승한 탓이다. 로부스타 최대 산지인 베트남 대신 브라질산을 찾는 구매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로부스타 원두 구매자들이 치솟는 배송비와 평소보다 길어진 운송 시간으로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으로부터 원두를 구매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세계 로부스타 원두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한다. 로부스타 원두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양이 많아 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선박들이 홍해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아시아-유럽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은 약 150% 상승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로부스타 산지에서 유럽까지는 최대 3주까지도 걸리는 상황이다.

베트남 커피 수출 업체 푹신 그룹의 판 민 통 회장은 “홍해 공격 이후 운송료가 큰 폭으로 올라 선적량이 급감했다”며 “컨테이너 운임은 4000달러에 육박해 (전쟁 전보다) 거의 7배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공급망이 막히자 1월분 프리미엄 로부스타 선물은 이달 들어 30% 이상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로부스타 커피는 3개월 전 톤(t)당 2497달러에서 18일 3069달러까지 22.9% 올랐다. 1년 전(1944달러)과 비교하면 57.8% 뛰었다.
프리미엄 높아진 1월물 로부스타(사진=블룸버그, ICE)
프리미엄 높아진 1월물 로부스타(사진=블룸버그, ICE)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로부스타 원두가 이미 전년 대비 가격이 60% 가까이 상승했다. 베트남 농업부는 작년 11월 “가뭄으로 인해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이 4년 만에 가장 적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베트남 커피 협회도 지난 12월 “내년 수확기에 베트남 커피 생산량이 1년 전보다 1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매자들은 아시아 대신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로우스트림의 선임 상품 분석가 존 굿윈은 “동남아시아의 가뭄과 홍해 긴장의 영향으로 전 세계 로부스타 시장 점유율의 일부가 브라질로 영구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