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손이 가요"…20대 女도 흔하게 겪는다는 질병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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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뽑는 강박 장애 '발모광'
발모광으로 모발 이식까지 하는 경우 있어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 있어"
발모광으로 모발 이식까지 하는 경우 있어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 있어"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머리카락이나 눈썹을 만지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받으면 한 번에 머리카락을 열가닥씩 뽑기도 해요. 뽑을 때 불안감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요. 고3 때 증상이 가장 심했어요."
최근 이직했다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면서 머리카락이나 눈썹 털을 뽑는 '발모광(trichotilomania)'이 도졌다고 털어놨다. 퇴근하고 거울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세수하며 우연히 거울을 보는데 눈썹 일부가 비어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발모광', 혹은 '발모벽'으로 부르는 이 질병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눈썹, 속눈썹, 턱수염 등을 뽑는 습관성 만성 질환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인 '교조증'처럼 강박 장애의 일종이다.
발모광 환자는 모발을 뽑기 전 긴장이 상승했다가 뽑고 난 후 만족감이나 안도감 등을 느껴 이러한 행동을 반복한다. 주로 스트레스 등의 불쾌한 경험으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서 의도적으로 뽑는 경우가 많고, 이유 없이 무의식적으로 모발을 뽑는 경우도 있다. 발모광은 대개 18세 이전의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시작되는데,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경우 40%가량의 환자에게서 모발을 씹거나 삼키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발모광은 발병 시점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두피나 피부에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못해 질병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모광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환자라고 해도 타인 앞에서 털을 뽑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행동을 부인하거나 숨기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질환은 그간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 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SD)의 가정용 의학 참고서에 따르면 발모광의 평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2%이고, 성인 발모광 환자의 약 90%가 여성이다. 학계에서는 병을 숨기는 인구가 있어 실제 발모광 환자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1년 12월과 지난해 6월 방영된 채널 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에서도 발모광 증세를 보이는 10세, 14세 금쪽이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 된 바 있다. 사연 속 어린이들은 원형 탈모를 겪거나 속눈썹이 뽑혀 눈 주위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어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발모광에 대한 예방법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자칫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질환이나, 또 다른 강박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다행히 6세 이전에 시작된 경우 행동 치료만 해도 좋은 경과를 보인다. 청소년기의 경우 머리카락 뽑기 대신 손가락 깍지를 끼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의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상에서 발모광은 선천적으로 긴장도가 높은 아동이나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 갇힌 청소년에게 발현된다"며 "발모광으로 인해 피부 질환이나 탈모가 진행되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대인관계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김 씨의 사례처럼 증상이 심화하면 신체 부위에서 눈에 띄는 모발 결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 모낭(모발을 생성하는 피부기관)에서 더 이상 털이 자라지 않는 탈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성주 피부과 전문의는 "건강한 모낭이었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뽑다 보면 모낭이 손상돼 더 이상 털이 자라지 않게 될 수 있다"면서 "발모광 환자가 모발이식을 통해 모발 결손 부위를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식해도 또다시 해당 부위의 모발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최근 이직했다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면서 머리카락이나 눈썹 털을 뽑는 '발모광(trichotilomania)'이 도졌다고 털어놨다. 퇴근하고 거울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세수하며 우연히 거울을 보는데 눈썹 일부가 비어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발모광', 혹은 '발모벽'으로 부르는 이 질병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눈썹, 속눈썹, 턱수염 등을 뽑는 습관성 만성 질환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인 '교조증'처럼 강박 장애의 일종이다.
발모광 환자는 모발을 뽑기 전 긴장이 상승했다가 뽑고 난 후 만족감이나 안도감 등을 느껴 이러한 행동을 반복한다. 주로 스트레스 등의 불쾌한 경험으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서 의도적으로 뽑는 경우가 많고, 이유 없이 무의식적으로 모발을 뽑는 경우도 있다. 발모광은 대개 18세 이전의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시작되는데,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경우 40%가량의 환자에게서 모발을 씹거나 삼키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발모광은 발병 시점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두피나 피부에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못해 질병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모광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환자라고 해도 타인 앞에서 털을 뽑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행동을 부인하거나 숨기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질환은 그간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 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SD)의 가정용 의학 참고서에 따르면 발모광의 평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2%이고, 성인 발모광 환자의 약 90%가 여성이다. 학계에서는 병을 숨기는 인구가 있어 실제 발모광 환자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1년 12월과 지난해 6월 방영된 채널 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에서도 발모광 증세를 보이는 10세, 14세 금쪽이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 된 바 있다. 사연 속 어린이들은 원형 탈모를 겪거나 속눈썹이 뽑혀 눈 주위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어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발모광에 대한 예방법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자칫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질환이나, 또 다른 강박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다행히 6세 이전에 시작된 경우 행동 치료만 해도 좋은 경과를 보인다. 청소년기의 경우 머리카락 뽑기 대신 손가락 깍지를 끼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의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상에서 발모광은 선천적으로 긴장도가 높은 아동이나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 갇힌 청소년에게 발현된다"며 "발모광으로 인해 피부 질환이나 탈모가 진행되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대인관계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김 씨의 사례처럼 증상이 심화하면 신체 부위에서 눈에 띄는 모발 결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 모낭(모발을 생성하는 피부기관)에서 더 이상 털이 자라지 않는 탈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성주 피부과 전문의는 "건강한 모낭이었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뽑다 보면 모낭이 손상돼 더 이상 털이 자라지 않게 될 수 있다"면서 "발모광 환자가 모발이식을 통해 모발 결손 부위를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식해도 또다시 해당 부위의 모발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