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스닥 시가총액 3위 기업인 엘앤에프가 이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이사를 갑니다.

이전 상장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날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실적을 먼저 내놓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먼저 엘앤에프 실적 어느 정도로 부진했던 건가요?

<기자>

엘앤애프는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는데요.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 2503억원 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반영된 건데요.

리튬 등 원재료 평가손실 1603억원, 양극재 판매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제품 평가손실 900억원이 잡혀 있습니다.

양극재의 주요 원료인 리튬을 지난해 대량 구매했는데 이후 리튬 가격이 급락했고 여기에 양극재 제품 가격도 내리면서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한 겁니다.

엘앤에프가 양극재 업체 중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던 만큼 실적 타격도 큰 모습입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연초 계획 대비 20% 이상 판매가 줄었다"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리튬 값 하락에 따른 실적 타격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엘앤에프는 실적발표 다음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29일부터 코스피에서 매매가 시작됩니다.

<앵커>

엘앤에프를 시작으로 다른 양극재 업체들도 이달 말부터 실적을 공개할 텐데, 비슷한 상황인가요?

<기자>

다른 양극재 업체들도 실적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매출 7조3900억원, 영업이익 3193억원, 같은 기간 포스코퓨처엠은 매출 4조9338억원, 영업이익 1453억원이 예상됩니다.

두 곳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다소 늘었어도 영업이익은 10% 이상 줄어든 수치입니다.

양극재 사업이 속한 LG화학 첨단소재부문도 2023년 매출 7조415억원, 영업이익 5852억원으로 전망되는데요. 1년 전보다 매출 2.29%, 영업이익은 38.4% 빠진 수준입니다.

<앵커>

양극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시장에서 어느정도 예상했던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면 다른 기업들은 예상 범위에 있는 것 같은데 유독 엘앤에프의 적자 폭이 컸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먼저 엘앤에프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을 비교해 보면요.

매출은 비슷하게 나왔지만 연간 영업적자까지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규모 평가손실이 3분기부터 영향을 줬지만 이정도까지 클지는 몰랐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 4000억원의 재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중 40%가 리튬이었습니다. 이처럼 원재료를 타사와 비교해 더 많이 구매했을 수 있고요.

또 하나의 가정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앞두고 한꺼번에 비용 처리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재고를 회계상으로 어느 정도 비용처리 할지 두고봐야 합니다.

엘앤에프가 '예상 밖 적자' 라는 어닝쇼크를 보인 만큼 다른 양극재 업체 실적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제 관심은 언제 업황이 좋아질 것인가인데 어떻게 전망합니까

<기자>

리튬 가격 안정과 전기차 수요 회복에 달려있습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수산화리튬은 지난해 6월 2023년 t당 4만7309달러에서 올해 1월 8일 기준 t당 1만5450달러로 반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1~2년 전 t당 1억원까지 치솟았던 리튬값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 따른 현상인데요.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습니다.

비싼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싼 가격에 팔면서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겁니다.

업황 반등 시점에 대해 시장에서는 크게 2가지 의견으로 나뉩니다.

먼저 올해 3~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통상적인 전기차 판매량 비수기인 1~2분기를 지나면 하반기부터 반등 가능성이 있고, 올해 각 양극재 업체별로 구체적인 장기 공급계약들도 기다리고 있어 일시적인 '숨 고르기' 단계라는 의미입니다.

1년 이상 갈 것이라는 업계의 관점도 있는데요. 높아진 인건비와 설비투자 비용, 자동차사들이 가성비 배터리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 급증으로 실적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 혹한기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강미선기자 msk524@wowtv.co.kr
엘앤에프, 코스피 직전 적자전환…문제는 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