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이 세계 36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후 금을 매입하지 않으면서 순위가 10년 새 네 계단 하락했다.

19일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말 기준 104.4t의 금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다. 1위인 미국의 금 보유량은 8133.5t, 2위 독일은 3352.6t으로 한국보다 수십 배 이상 많았다.

한은은 2011~2013년 3년에 걸쳐 90t의 금을 사들인 뒤 지난해까지 총량을 104.4t으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의 금 매입은 미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편중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금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한국의 전체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그치고 있다.

한은은 보유한 금을 모두 영국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11~13㎏ 무게의 골드바 8380개다. 1990년 국내와 미국 뉴욕연방은행 등에 나눠 보관하던 금을 영국으로 이전했다. 글로벌 금 시장의 중심이 영국 런던이기 때문에 금 거래나 달러화로의 환전이 유리하고 금 대여를 통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금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은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금은 무수익 자산이어서 미국 국채 대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블록화 우려가 높아진 중국은 작년 215.9t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