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알프스산맥의 작은 산골 마을 다보스. 인구 1만 명인 이곳에서 지난 15일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는 글로벌 기업인과 각국 정부 관계자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참석자들은 등산화를 신거나 신발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메인 행사장인 콩그레스홀에 들어섰다. 도시 곳곳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다보스포럼 참석자는 3000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1월에 버금가는 수치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했지만 국제기구 수장 및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중국에선 개막식 특별연설을 한 리창 총리를 비롯해 장관급 인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11개국의 정상급 인사도 포럼을 찾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971년 첫발을 뗀 다보스포럼은 과거에 비해 권위와 영향력이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진 자들만의 향연’이라는 말도 듣는다. 다보스포럼의 멤버십은 두 가지다. 전략적 파트너십은 연회비 60만스위스프랑(약 9억3000만원)을 내고 다섯 명(대표 및 임원 네 명)을 포럼에 보낼 수 있다. 국내에선 한화가 유일한 전략적 파트너다. 일반 파트너십은 연회비 4만2500스위스프랑(약 6600만원)을 내고 포럼에 대표급 한 명이 참석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LG화학, SK, HD현대 등이 가입했다.

비싼 연회비를 내고서라도 다보스포럼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포럼만큼 화려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국제 정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다. 본관인 콩그레스홀에는 대형 회의장 외에도 소규모 회의실이 수십 곳 있다. 이들 소규모 회의실은 분 단위로 예약이 이뤄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공개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다보스포럼의 권위와 영향력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