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중국 간펑리튬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인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다. 중국 성신리튬에 이어 리튬 직접 조달처를 추가 확보했다. 현대차가 희토류와 니켈에 이어 리튬 조달처도 확보하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게 됐다.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이제 막 불이 붙고 있는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체 리튬 공급망 구축

'리튬 확보' 현대차…전기차 가격전쟁 채비
19일 업계에 따르면 간펑리튬은 현대차에 수산화리튬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4년이다. 공급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앞서 성신리튬과도 올해부터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맺었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의 주원료다. 블룸버그NEF는 2030년 수산화리튬 수요가 약 110만t LCE(탄산리튬 기준 수치)로 2020년 대비 10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가 확보한 리튬은 한국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판매할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연 20만~30만 대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 200만 대로 늘릴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리튬 조달이 필수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산 소재를 배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발맞춰 미국에 팔 전기차에 장착할 배터리 광물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고 했다.

간펑리튬은 세계 1위 리튬 채굴·정제 업체다. 호주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지에 4849만t의 리튬 저장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수산화리튬 생산 능력은 연 8만1000t(2021년 기준·바이인포)으로 2위 알버말(5만7000t), 3위 야화그룹(3만2000t)을 압도한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업체가 이 회사로부터 리튬을 공급받고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 승기 잡는다

그동안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에 불어닥친 ‘배터리 원자재 확보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리튬·니켈·흑연 등 배터리 원료를 직접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린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캐나다 광산 업체 리튬아메리카스 지분을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어치 사들였다. 테슬라는 아예 미국 텍사스에 리튬 정제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희토류, 작년엔 니켈을 직접 확보한다고 발표했지만 리튬에 대해선 별다른 확보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공급 과잉 우려가 번지면서 리튬 가격이 폭락하자 현대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리튬값이 떨어진 지금 공급망을 확보해두면 향후 가격이 다시 치솟아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리튬 평균 가격은 ㎏당 86.5위안으로, 2022년 11월 최고점 대비 15% 떨어졌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해두면 배터리 제조사의 가격 인상 요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현대차를 움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렇게 배터리 생산 원가를 떨어뜨리면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 2위인 BYD와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치킨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배경에 배터리 공급망이 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 글로벌 수석애널리스트는 “나트륨이온배터리 등이 상용화돼도 리튬이온배터리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린 만큼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