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간 딸, 울면서 "나 납치됐어 아빠"…'수천만원 날릴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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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부모 대상 보이스피싱 증가세
보이스톡 낮은 감도에 '내 아이' 착각
보이스톡 낮은 감도에 '내 아이' 착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99.35629870.1.jpg)
김 씨가 딸이라고 여긴 여성은 울면서 “납치됐다”고 했다. 잠시 후 한 남성이 전화를 건네받아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알려주는 계좌번호로 돈을 이체하지 않으면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김 씨를 협박했다.
김 씨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계좌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한 뒤 다시 전화하겠다”며 시간을 벌었다. 곧바로 딸이 다니는 미국 학교 측과 통화한 결과 딸은 아무 일 없이 채플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겪은 이 일은 최근 1~2년 새 유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보이스 피싱의 대표적 유형이다. 유학생 자녀의 이름으로 카카오톡 전화가 걸려 오는 데다 전화의 감도가 확 떨어져 자식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이런 보이스 피싱에 속아 수백만~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가족들도 상당수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유학 업무를 전문적으로 맡는 유학원들에선 학부모들에게 별도의 안내 메시지(사진)를 보내 주의를 당부하기도 한다.
![유학생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자 유학원이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 메시지. / 사진=해당 유학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629843.1.jpg)
다른 학부형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할까 걱정한 김 씨가 경찰에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 해결 방안이 있느냐”고 문의하자 경찰에선 “딱히 방법이 없으니 각자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카오 측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학생(F-1)·직업연수(M-1) 비자를 통해 미국 내에 체류 중인 한국 국적 유학생은 6만2617명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한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 나이에 해당하는 ‘조기 유학생’은 4368명으로 1.8% 늘어났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