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 통항료 수입 급감…요르단 관광산업 침체
이스라엘 첨단 산업도 타격…서안지구는 실업자 급증

국경도 바닷길도 막힌 중동…역내 무역·관광 위축에 경제 휘청
가자지구 전쟁이 주변 접경지로 번지고,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과 미군 충돌이 이어지면서 중동과 인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랫동안 위기에 처해있던 중동 경제가 최근 전쟁으로 인해 무너질 위험이 커졌으며 그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기 이전에는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제품부터 걸프만의 석유에 이르기까지 중동 국가들의 전체 수출량의 5분의 1은 역내 무역이 차지했다.

중동 내에서 서로 적대적이었던 국가들도 서로 무역을 점차 늘려가고 있었지만, 전쟁 발발로 인해 수출 경로가 막히면서 역내 무역이 중단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특히 친이란 무장조직인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항행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후티의 무력 도발이 시작된 이후 세계 무역량의 10%를 담당하던 홍해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기존의 30% 정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미 홍해 연안 국가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리트레아의 경제는 어업·농업·광업 생산물을 홍해를 통해 수출해 유지되고 있지만 이 통로가 마비됐고 내전 중인 수단 역시 해외 원조를 받는 유일한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현재 2천480만명에게 원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도 재정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집트는 지난 한 해 102억5천만달러(13조7천억원)를 벌어들였고, 이는 외환위기를 겪는 이집트의 주 수입원이 됐다.

따라서 수에즈 운하 통항량이 줄어 통항료 수입이 감소하면 현재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들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항료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요르단은 전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이 침체했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요르단을 찾는 관광객 수는 54% 감소했다.

관광업 수입 감소로 요르단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경제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첨단 기술 분야가 타격을 받아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고객들은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해당 업계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인력들은 전쟁에 투입됐다.

국경도 바닷길도 막힌 중동…역내 무역·관광 위축에 경제 휘청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레바논 남부가 파괴됐고 레바논에서 5만명, 이스라엘 북부에서 9만6천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들을 복구하려면 돈이 들지만, 경제 위기를 겪는 레바논에는 이를 감당할 자금이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로 매일 출퇴근하던 20만명의 공장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공무원 16만명은 전쟁이 시작한 뒤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공공 서비스가 중단되고 공무원들의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도 나머지 세계 경제에는 그로 인한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동의 많은 국가가 채무 위기에 빠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무 위기는 특히 젊은층 실업으로 이어지면서 정치를 극단화하고, 이러한 파장이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