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기업서 주인 행세…'권력 공동체' 된 경영진·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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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기업 '짬짜미 경영'
(상) CEO 인선 때마다 잡음
회장 재임때 선임된 사이외사들
차기 인선 과정서 막강한 영향력
경영진과도 끈끈한 공생관계로
사외이사 7명중 6명 교수·관료
외부 자문단은 견제 역할 못해
"친분 배제…전문가 비중 높여야"
(상) CEO 인선 때마다 잡음
회장 재임때 선임된 사이외사들
차기 인선 과정서 막강한 영향력
경영진과도 끈끈한 공생관계로
사외이사 7명중 6명 교수·관료
외부 자문단은 견제 역할 못해
"친분 배제…전문가 비중 높여야"
“‘호화 출장’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회장 등 경영진은 사외이사들에게 잘 보여야 평소 경영활동을 할 때 ‘딴지’를 덜 걸 테고, 차기 회장을 뽑을 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포스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전직 ‘포스코맨’은 “해외 이사회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 정도 호화 출장은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외이사의 힘이 너무 세졌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내이사(5명)보다 사외이사(7명)가 많은 데다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다 보니, 이들이 반대하면 웬만한 투자 결정이 물 건너가는 구조여서다. 차기 회장을 고르는 CEO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은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출장 등에 회삿돈을 풀면서 끈끈한 관계가 된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하나로 뭉치면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났을 때 새 사외이사를 뽑는 권한도 현직 사외이사가 갖는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뽑는다. 5명의 외부 인사로 짜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자문단’이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올리면 추천위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외부 자문단마저 사외이사들이 추천·임명한다. 사외이사들이 함께할 ‘식구’를 뽑고, 이들이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것을 견제하기 위해 둔 외부 자문단 역할은 말 그대로 ‘자문’일 뿐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권한이 너무 크다 보니 경영진 입장에선 ‘궁합’이 맞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밀어넣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외부 입김도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중요 사안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사외이사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 일각에선 차제에 사외이사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현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EO를 사외이사가 견제하는 것처럼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는지 점검하는 외부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추천권이나 선발권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현행 이사회 시스템을 구성한 만큼 운영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지금 체제로도 충분히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외이사를 해당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7명 중 3명은 교수이고, 3명은 전직 관료 출신이다. 반면 삼일PwC거버넌스센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주요 기업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의 76%가 기업인이었다. 전·현직 CEO(22%)와 기업 부서장(21%), 재무담당 임원(13%) 순이었다. 교수는 4%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권한을 지닌 사외이사를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명망가 위주로 꾸리는 것도 문제”라며 “회사의 미래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려면 사외이사에서 전문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
포스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전직 ‘포스코맨’은 “해외 이사회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 정도 호화 출장은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외이사의 힘이 너무 세졌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내이사(5명)보다 사외이사(7명)가 많은 데다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다 보니, 이들이 반대하면 웬만한 투자 결정이 물 건너가는 구조여서다. 차기 회장을 고르는 CEO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은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출장 등에 회삿돈을 풀면서 끈끈한 관계가 된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하나로 뭉치면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힘 세진 사외이사
한국경제신문이 21일 국내 대표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와 KT, KT&G,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회장 선임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4개 회사 모두 비슷했다. 내부 임원과 헤드헌팅회사를 통해 응모한 외부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추려나가는 구조다. 외부인으로 꾸린 ‘회장 후보 인선 자문단’의 역할은 권고에 그칠 뿐 모든 권한은 사외이사가 갖는다.특정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났을 때 새 사외이사를 뽑는 권한도 현직 사외이사가 갖는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뽑는다. 5명의 외부 인사로 짜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자문단’이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올리면 추천위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외부 자문단마저 사외이사들이 추천·임명한다. 사외이사들이 함께할 ‘식구’를 뽑고, 이들이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것을 견제하기 위해 둔 외부 자문단 역할은 말 그대로 ‘자문’일 뿐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권한이 너무 크다 보니 경영진 입장에선 ‘궁합’이 맞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밀어넣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외부 입김도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중요 사안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사외이사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위주로 사외이사 꾸려야”
주인 없는 기업의 경영진이 사외이사에게 보내는 ‘러브콜’은 비단 호화 출장만이 아니다. 연봉도 크게 올려줬다. 포스코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2010년 5300만원에서 2022년 1억200만원으로 두 배 뛰었다.경제계 일각에선 차제에 사외이사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현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EO를 사외이사가 견제하는 것처럼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는지 점검하는 외부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추천권이나 선발권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현행 이사회 시스템을 구성한 만큼 운영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지금 체제로도 충분히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외이사를 해당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7명 중 3명은 교수이고, 3명은 전직 관료 출신이다. 반면 삼일PwC거버넌스센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주요 기업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의 76%가 기업인이었다. 전·현직 CEO(22%)와 기업 부서장(21%), 재무담당 임원(13%) 순이었다. 교수는 4%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권한을 지닌 사외이사를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명망가 위주로 꾸리는 것도 문제”라며 “회사의 미래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려면 사외이사에서 전문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