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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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채 규모가 올 들어 벌써 150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회사채 시장이 30년 만에 가장 바쁜 연초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기산)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투자등급 기업들이 이달 현재까지 발행한 채권 규모는 1530억달러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90년 이후 최고치에 달하는 규모"라며 "차입자(기업)들은 낮은 이자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한편,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서두르면서 회사채 시장이 붐비는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말 Fed가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낸 이후 급등했던 기업 차입 비용은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연 5.34%다. 연 6% 이상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11월보다 훨씬 안정화됐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에 따르면 미국 국채 수익률과 회사채 수익률 간 격차(스프레드)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01%포인트로 좁혀졌다.

씨티그룹의 리차드 조기브 글로벌 DCM 책임자는 "미국 회사채 시장은 지금 그야말로 불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통상 새해 첫 달은 신규 발행 물량이 쏟아져 바쁜 편이긴 하지만, 올초의 '불장'은 채권 수익률 하락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발행 공세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은 (연말 기준 금리 인하를 앞두고)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만큼 양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인베스코 픽스드 인컴의 맷 브릴 수석 매니저는 "불과 몇달 사이에 자금을 조달하는 게 훨씬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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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조달된 차입금의 3분의 2 이상이 은행 및 금융업 부문에서 이뤄졌다. JP모간(85억달러)과 웰스파고(80억달러), 모건스탠리(67억5000만달러) 등이다. 씨티그룹의 조기브는 이와 관련해 "은행의 규제 자본 요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건 이후 많은 금융사가 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한 탓에 억눌려 있던 물량이 최근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금융 분야에서는 에너지트랜스퍼(30억달러), 티모바일(30억달러) 등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경기 둔화 지표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수요가 형성된 것이란 지적도 내놓는다. 웰스파고의 모린 오코너 하이일드채권 신디케이트 채임자는 "현재로서는 모두가 글로벌 경기의 연착륙 시나리오를 믿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촉매제가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