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은 22일 대통령실 등 여권 주류로부터 거취 압박을 받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임명직만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당한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한 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 압박에 대해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한 것을 겨냥해 이렇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재차 "임명직 비대위원장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홍 시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이 당정 충돌의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을 놓고 '허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것을 놓고선 "망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를 대하는 당 지도부의 기조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표면상 갈등이지만, 빨리 수습하라"며 "총선이 80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오전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용 의원은 같은 날 전체 의원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 지명 한 달 만에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의 기류가 바뀐 이유는 그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에 공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 관련 입장 표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사퇴 요구를 재차 일축했다. '김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꼽히는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