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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무도 없는 낮인데도 아래층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항의 전화가 왔어요. 사람이 없다니 본인이 직접 확인하겠다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옆 단지 1층으로 이사했어요."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41)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과 저는 회사에 있는데 아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니 말이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몰리면서 이사 비용과 시간 등을 썼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체 공급량 중 60% 이상을 아파트가 차지해 세칭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이 아파트의 80~90%가량은 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다. 층간소음 문제가 살인, 폭행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정부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여러 규제를 내놨다. 건설사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저감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기관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할 때는 뱅머신(타이어가 부착된 층간소음 측정 장비)이나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려 아래층에서 나는 소음을 잰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자체 연구소에선 직접 사람이 걷거나 뛰는 소리, 생활 소음 등을 일으켜 실제 생활과 유사한 형태로 소음을 측정한다. 그간 정부는 층간소음 없는 주거환경을 위해 신축주택 사후확인제, 기축 주택 성능보강 융자지원 등을 마련했다. 2022년 8월부터 시행한 사후확인제는 시공 이후 실제 가구에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지 검사하는 제도다. 하지만 사후확인제 기준 미달 때 보완 조치가 권고사항으로 규정돼 있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정부가 소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아파트는 준공 승인을 불허하겠다고 나섰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는 경량·중량 모두 4등급(49㏈ 이하)을 받아야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공공아파트는 현재 경량은 3등급(41~45㏈), 중량은 4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2025년부터는 모두 1등급 수준(37㏈ 이하)으로 설계하게끔 했다.
층간소음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건 주관적 요소도 적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다. 한 건설사 연구소 관계자는 "실제로 소음 측정 검사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4등급 소리도 잘 안 들린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1등급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며 "소음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똑같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관적 요소까지 반영한 기술도 잇따르고 있다. DL이앤씨는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D-사일런스 서비스'를 경기 연천군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 단지에 처음 적용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층간소음 알림 서비스다. 거실과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준다. 이 서비스는 센서 민감도 조절할 수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정상적인 범위 내 생활 소음에도 아랫집이 민감하게 반응해 갈등이 생기거나 자기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데 아랫집 항의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윗집도 많다"며 "윗집과 아랫집이 합의된 기준을 마련해 이 시스템에 반영하면 갈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41)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과 저는 회사에 있는데 아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니 말이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몰리면서 이사 비용과 시간 등을 썼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체 공급량 중 60% 이상을 아파트가 차지해 세칭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이 아파트의 80~90%가량은 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다. 층간소음 문제가 살인, 폭행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정부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여러 규제를 내놨다. 건설사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저감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층간소음 규제 특단책…"준공 승인까지 불허"
층간소음은 크게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으로 나뉜다. 경량충격음은 작은 물건이 떨어지는 등 가벼운 충격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뜻한다. 중량 충격음은 성인의 보행, 아이들이 뛰는 소리 등과 같이 무겁고 큰 충격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의미한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중량 충격음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연구기관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할 때는 뱅머신(타이어가 부착된 층간소음 측정 장비)이나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려 아래층에서 나는 소음을 잰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자체 연구소에선 직접 사람이 걷거나 뛰는 소리, 생활 소음 등을 일으켜 실제 생활과 유사한 형태로 소음을 측정한다. 그간 정부는 층간소음 없는 주거환경을 위해 신축주택 사후확인제, 기축 주택 성능보강 융자지원 등을 마련했다. 2022년 8월부터 시행한 사후확인제는 시공 이후 실제 가구에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지 검사하는 제도다. 하지만 사후확인제 기준 미달 때 보완 조치가 권고사항으로 규정돼 있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정부가 소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아파트는 준공 승인을 불허하겠다고 나섰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는 경량·중량 모두 4등급(49㏈ 이하)을 받아야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공공아파트는 현재 경량은 3등급(41~45㏈), 중량은 4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2025년부터는 모두 1등급 수준(37㏈ 이하)으로 설계하게끔 했다.
대형 건설사들 저감기술 개발 총력전…이런 기술까지
대형 건설사는 앞다퉈 저감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업계 최초로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다.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랩'은 층간소음의 원인과 현황 분석부터 재료와 구조, 신공법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기술은 실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상용화에 나섰다.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로 국가 공인기관이 실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인정서를 받았다. 현대건설의 ‘H 사일런트 홈’도 지난해 바닥충격음 성능 등급 평가에서 국내 최초로 경량 및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고밀도 특화 모르타르(시멘트·모래·물을 섞은 혼합물질)와 특수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완충재로 진동과 소음을 차단한다. 최근엔 바닥시스템과 평면구조, 진동 제어 기술 등을 결합한 ‘H 사일런트 솔루션 패키지’를 선보였다. 연내 실제 현장에 처음 적용한다.층간소음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건 주관적 요소도 적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다. 한 건설사 연구소 관계자는 "실제로 소음 측정 검사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4등급 소리도 잘 안 들린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1등급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며 "소음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똑같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관적 요소까지 반영한 기술도 잇따르고 있다. DL이앤씨는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D-사일런스 서비스'를 경기 연천군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 단지에 처음 적용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층간소음 알림 서비스다. 거실과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준다. 이 서비스는 센서 민감도 조절할 수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정상적인 범위 내 생활 소음에도 아랫집이 민감하게 반응해 갈등이 생기거나 자기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데 아랫집 항의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윗집도 많다"며 "윗집과 아랫집이 합의된 기준을 마련해 이 시스템에 반영하면 갈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