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김범준 기자
택시를 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김범준 기자
음식 배달앱 셔틀딜리버리는 ‘외국인용 배민(배달의민족)’이라고 불린다. 서울 이태원과 경기 평택 등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이 앱의 주 이용자가 한국인이 아닌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라서다.

한국 체류 외국인을 겨냥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용 ‘야놀자’로 불리는 여행 정보앱 크리에이트립은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80만명을 돌파했다. 크리에이트립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소, 식당, 미용실 등 예약 시스템을 6개 언어로 제공하는 앱이다. 지난해 크리에이트립 내 한류 상품 거래액은 전년보다 475% 급증했다.

외국인용 ‘직방’ 서비스인 엔코위더스는 중장기 숙박서비스 엔코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유학생 등 일정기간 한국에 거주 공간이 필요한 외국인들이 대상이다. 기숙사, 스튜디오 등 다양한 숙박 옵션을 제공한다. ‘외국인이 살고싶은 한국’이라는 비전 아래 창업 8개월만에 10억원의 매출을 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 체류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21년 196만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251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00만명(잠정치)을 돌파했다. 관광객과 체류 외국인 수를 합치면 140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시장이 생긴 셈이다.

유학생 커뮤니티 서비스인 스테이포틴, 외국인 구직앱인 코워크위더스, 외국인 행정서비스 스타트업 하이어다이버시티 등도 대표적인 외국인 겨냥 서비스다. 지자체까지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실시간 여행정보 추천 스타트업인 글로벌리어와 협력해 외국인 택시 호출앱 타바를 지난달 선보였다.

외국인 전용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한국인에 특화된 기존 서비스만으론 외국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국인용 ‘배민’ 역할을 하는 셔틀딜리버리는 ‘할랄’ ‘비건’ 등 키워드를 제시해 식당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한 것이다. ‘사람인’과 비슷한 구직앱 코워크는 기업이 외국인 채용 공고를 올릴 때 선호하는 비자 종류를 적도록 했다. 외국인용 ‘카카오택시’인 타바는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어도 현지 전화번호로 인증해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크리에이트립을 운영하는 임혜민 대표는 “외국인 입장에선 네이버 같은 한국 플랫폼에서 정보 검색과 예약, 결제를 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 엑셀러레이터인 씨엔티테크의 전화성 대표는 “최근엔 이른바 엘리트 외국인들까지 한국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외국인 대상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지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