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스탠리 텀블러의 고객경험 혁신
미국 뉴욕 맨해튼 섬의 서쪽을 따라 허드슨강에 인접해 있는 허드슨파크에선 다양한 뉴요커를 만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유모차를 몰며 운동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이들한테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유모차 컵홀더에 캠핑용품 업체 스탠리가 만든 텀블러 ‘스탠리 퀜처’가 꽂혀 있다는 점이다.

'크록스 부활' CEO의 신경영

스탠리 퀜처의 인기는 최근 스타벅스 및 타깃과의 협업으로 내놓은 제품을 얻기 위해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선 소비자들의 모습에서부터 드러난다. 해당 제품은 하루 만에 동났다. 분홍색의 이 텀블러는 타깃에서 판매할 땐 40달러대였지만 이베이에선 300~500달러로 판매되고 있다. 스탠리 텀블러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적인 이미지의 제품이었다. 야외 활동, 캠핑, 등산, 건설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사용하기 좋은 내구성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스탠리 텀블러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다. 크록스 신발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서 크록스 부활을 이끌어낸 테런스 레일리가 대표이사로 새로 취임하면서다.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고객층을 기존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옮겨갔다. 친환경 열풍과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라 텀블러 사용이 늘었고,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은 스탠리 텀블러의 매력을 알리기 시작했다. 운동 중 수분 섭취, 공부 혹은 일하는 중 휴식에 필요한 제품이 됐다. 열심히 사는 누군가의 옆에는 스탠리 텀블러가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스탠리 텀블러를 색깔별로 수집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유행이 됐다.

기존에 보랭·보온 기능을 하는 텀블러 브랜드는 무수히 많았다. 스탠리 텀블러가 비교적 유명하긴 했으나 기능성 제품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던 탓에 트렌디한 상품으로 변신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스탠리 텀블러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딛고 미국 여성들 사이에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고객 경험(CX)에 가치 부여를 성공적으로 한 대표 사례다. 단순히 색상과 무늬만 다양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전엔 이런 시도가 부족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찾아내는 마케팅 기법이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로 인해 스탠리의 연간 매출은 2020년 이전 7000만달러에서 2023년 7억5000만달러로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패션 아이템 된 텀블러

스탠리 텀블러뿐만 아니라 이 같은 마케팅 성공 사례는 더 있다. 운동복 업체 룰루레몬은 땀 흘리며 몸과 정신의 건강 및 성장을 추구한다는 ‘스웻라이프’라는 모토로 고객층을 공략했다. 아무리 착용감이 좋다고 해도 고객이 1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스포츠 레깅스를 사 입으려면 이 같은 가치 부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친환경 기업 이미지로 승부한 스포츠 의류 업체 파타고니아도 이 같은 마케팅 성공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경제는 경기 둔화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3% 올라 전달의 0.4% 상승보다 둔화했다.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도 소비 품목에 남아있다는 것은 스탠리 텀블러, 룰루레몬 등의 엄청난 경쟁력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