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하" 폭언에 2시간 질책…'공포의 상사' 참교육 당했다
지방 공사의 중간간부가 부당한 업무 강요와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고된 뒤 고용노동부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 간부는 “조사받던 중 회사를 부패행위로 신고하고 신분보장을 신청했기 때문에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제신청 후 200명이 넘는 동료들이 해임에 동의한다는 탄원서를 낼 정도로 직장 내부 반응마저 차가웠다. 근로자가 부패행위 신고자임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시로 불러내 1~2시간 질책…“인간 이하” 폭언도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 산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충남 지역의 공사인 A사의 재무팀 차장 B씨가 해고, 전보, 직위해제 등 중징계 조치를 취소해달라고 낸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B씨는 지난해 예산 추가편성 계획을 두고 기획실장, 재무팀장과 갈등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팀에 있는 신입 여직원 C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C씨에게 “기획실장과 재무팀장이 지시하는 업무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C씨가 기획실장과 재무팀장의 지시를 이행하면 “무시하냐”, “차별하냐” 등의 말을 하며 질책했다. 그는 자신이 조퇴한 날에도 C씨에게 연락해 “(기획실장이나 재무팀장이 업무를 대신하라고 지시하면) 안 배워서 모른다. 나와 상의한 뒤 하겠다고 해라”고 압박했다. 근로자의 날인 5월1일 C씨가 재무팀장 지시로 긴급한 업무를 하자 다음 날 전화를 걸어 “팀장에게 예쁨받고 싶지? 너는 팀장이 나가라고 하면 어디든지 나가냐? 니가 종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B씨는 수시로 C씨를 회의 명목으로 불러내 1~2시간 동안 들볶기도 했다. C씨는 B씨가 이 과정에서 “싸가지 없는 게. 너 몰랐는데 인간 이하구나” 등의 폭언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C씨가 B씨의 강압적인 지시로 힘들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넌 지금 어떤 걸 시키면 정말 모르잖아. 그래서 모른다고 하라고 한 건데 니가 알고 있는 걸 모른다고 하라고 한거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B씨는 이외에도 C씨에게 자신의 업무 대부분을 시키면서 C씨가 맡고있는 자금 배정, 지정금고 지도관리, 주민참여예산 계획 수립 및 운영 등의 업무는 근무시간 외에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이로 인해 한달간 시간외근무가 많을 때는 34시간에 달할 정도로 야근과 휴일근무에 시달렸다. C씨는 이외에도 B씨가 작성한 이메일을 자신의 명의로 각팀 예산담장자에게 발송할 것을 강요당하고, 법정 의무교육을 먼저 듣고 문제와 답을 공유할 것을 지시받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병원으로부터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다.

견디다못한 C씨는 그 해 6월 B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내부조사를 받게 된 B씨는 기획실장과 재무팀장의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강요한 것을 두고 “지시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시간의 질책에 관해선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것은 오래 걸리는 업무”라고, 업무 전가에 대해선 “사수-부사수 관계에서 업무를 잘 가르쳐주고자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폭언과 이메일 발송지시, 법정의무교육 내용 공유지시 의혹은 부인했다.

A사는 두 달간의 조사를 거쳐 8월 C씨가 주장한 모든 내용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B씨는 직위가 해제된 채 인사총무팀으로 전보 조치됐다.

반성 커녕 권익위에 회사 신고…그 사이 "나도 피해자" 폭로 이어져

B씨는 징계에 반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부패를 주장했다. 그는 징계를 받은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A사의 예산 운영에 관한 부패가 있으니 조사해달라’는 신고를 수차례 제기했다. 그는 “A사가 필요한 경비가 아닌 삭감대상인 해외 출장비 등 업무추진비를 증액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에 자신의 신분 보장을 신청했다. 권익위는 9월부터 A사에 B씨를 징계한 절차와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무렵 A사에선 또 다른 직원 두 명이 “나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B씨를 중징계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B씨가 산재를 주장하기 위해 업무상 사고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하고, 사소한 행동을 문제삼아 지속적으로 질책했으며, 자신의 업무도 교묘히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를 받게 된 B씨는 그 해 10월 회사로부터 해임 결정을 통보받았다.

B씨는 이에 반발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충남지노위는 “B씨의 직장 내 괴롭힘의 정도가 심했고, 이 같은 비위가 반복돼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었다”면서 “그가 상급자와 하급직원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조직질서를 깨뜨렸다는 점과 A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B씨는 “신분보장을 요구했음에도 징계절차를 진행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남지노위는 “징계 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과 권익위 제보는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B씨는 오히려 구제신청 후 회사 임직원의 상당수가 자신의 해임에 동의한다는 냉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A사 임직원 중 246명은 ‘B씨를 해임하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지노위에 제출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