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올 1분기 중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자금수요 확대와 가계 대환대출 제도 변화에 반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출수요가 많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 위주로 공급해 자금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중기보다 대기업 대출 늘리겠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5포인트를 기록해 완화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조사에서는 은행의 여신담당자 중 대출을 늘릴 것으로 응답한 사람이 많으면 지수가 0을 웃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태도가 8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전분기 -6포인트에서 14포인트나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은 6포인트였다. 전분기 0포인트에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이 기업 대상 대출태도를 완화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수요는 운전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준비자금 수요가 늘면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주별로 보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25포인트로 전분기 8포인트에 비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2021년 3분기 26포인트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3포인트로 전분기와 수요가 같았다.

이는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가 중소기업보다 높은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미스매치 우려는 수요지수와 태도지수의 차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중소기업은 올 1분기 두 지수의 차이가 19포인트로 나타나 수요지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은 -5포인트로 정반대였다.

송길성 한은 은행리스크팀장은 "은행의 대출 태도가 완화적으로 나타났지만 위험도를 중시하는 은행이 취약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까지 늘리지는 않을 수 있다"며 "자금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보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 대출 위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주별 신용위험도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1분기 신용위험지수는 중소기업이 28포인트로 대기업(6포인트)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전세가 오르자 가계도 "대출 더 해달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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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올 1분기 가계 대상 대출도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의 주택관련 대출태도지수와 일반대출태도지수는 모두 3포인트로 0을 웃돌았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확대되며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의 대출 수요는 고금리 영향으로 일반대출에서는 중립 수준(0포인트)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가계대출은 전세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선 대출태도가 대체로 강화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은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여신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생명보험회사는 우량고객 중심의 대출을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